음대넓얕

가요의 길이는 왜 전부 3~4분일까?

음악과 매체의 긴밀한 상호작용

by Harrison

🤔 음악의 길이는 누가 정했을까?

세상에는 매일 무수히 많은 노래가 탄생하고, 사랑받다가, 이내 잊히기를 반복해요. 그런데 세상 모든 음악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대부분 3~4분 내외의 길이예요. 곡을 조금 더 길게 쓴다고 해서 돈이 훨씬 많이 드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죠. 곡의 길이는 도대체 언제부터, 왜 3~4분 내외로 굳어졌을까요? 혹시 곡을 길게 쓰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이처럼 이번 아티클에서는 오늘날의 음악이 왜 이러한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바로 기술산업이라는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말이죠. 또한, 음악이 변해나가는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앞으로의 음악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어디 한 번 그 이유를 알아볼까요?🔎🔎

목차
🤔 음악의 길이는 누가 정했을까?
💾 소리를 저장하다, 레코드의 발명
🎤 노래를 속삭이다
💿 CD의 크기를 결정지은 베토벤 교향곡
💰 음원을 돈 주고 다운로드받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 스트리밍 시장이 주도하는 음악의 새로운 변화
⚙️ 음악은 기술과 산업의 그림자 아래 있다

💾 소리를 저장하다, 레코드의 발명

우리는 스마트폰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어떻게 눈에 보이지도 않고, 형체도 없고, 생기자마자 바로 사라져버리는 소리를 있는 그대로 붙잡아두고서 수없이 복제하고, 무한히 들을 수 있을까요?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요??🤔)

이러한 엄청난 기술이 너무나 당연한 세상에 살고 있어서 별로 놀랍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두 세기 전만 하더라도 소리를 저장하는 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음악 감상이 정말 어려웠어요. 음악을 듣기 위해선 연주자와 악기도 있어야 하고, 적절한 연주 장소와 악보도 필요했어요. 그리고 이를 한데 불러 모을 수 있는 충분한 돈(...!🤑🤑)도 있어야 하죠. 이렇듯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선 큰 노력이 필요했답니다.

분명 옛날 사람들도 새벽 감성에 젖은 음악, 여행의 설렘과 즐거움을 더해줄 음악 등등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듣고 싶었을 거예요. 하지만 음악이 듣고 싶을 때를 대비해 연주자를 늘 데리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음악을 통조림처럼 저장해두었다가 듣고 싶을 때마다 꺼내어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겠죠.

이러한 갈증의 결과물이 바로 축음기예요. 최초로 소리의 저장과 재생을 할 수 있는 레코드는 에디슨이 1877년 발명한 포노그래프(phonograph)였고, 뒤이어 에밀레 베를리너(Emile Berliner)가 원판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재생하는 방식의 레코드판을 개발했죠. 이것이 바로 원반형 미디어의 시초입니다. 이 레코드판(과 이를 재생해줄 축음기)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turntablerecord

이 원반형 레코드는 SP(Standard Play)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등장했어요 (이보다 길이가 긴 레코드를 LP(Long Play)라고 부르죠). SP는 복제도 쉽고 가벼운 등 보편화하기에 적절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 SP에게는 한 가지 큰 결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SP에 녹음할 수 있는 길이가 고작 3분, 5분 남짓이었다고 해요. 클래식 음악의 경우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것도 다반사인데, 3~5분 길이에 도대체 뭘 담을 수 있겠어요. 이 때문에 당시 음악가에겐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요, 그 중 첫 번째 방법은 한 곡을 수십 장의 레코드판에 나누어 녹음하는 것이죠. 이렇게 저장한 레코드판을 손상이 가지 않도록 두꺼운 앨범 케이스에 수납해두었는데요, 이것이 오늘날의 음반을 ‘앨범’이라고 부르게 된 유래가 되었답니다.

하지만 길이가 긴 음악을 듣기 위해 5분마다 레코드판을 갈아 끼우는 건 매우 번거롭기도 하고, 감상에도 방해가 되었어요.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바로 곡을 3~5분 이내로 짧게 작곡하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레코드 제작 업자는 작곡가에게 3~4분 내외의 짧은 곡을 써달라고 주문했어요. 그래서 당시 유행하던 장르인 재즈는 SP에 담길 수 있는 정도의 길이로 작곡·연주되었고, 이는 가요의 길이가 5분 이내로 굳어지게 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답니다.

Original Dixieland Jazz Band - Livery Stable Blues


이후에 라디오가 상용화되면서 짧은 음악을 만드는 문화가 굳어졌는데요, 음악 앞뒤에 붙는 광고를 더 많이 틀기 위해서 짧은 음악을 선호했다고 해요. 즉 이러한 기술적, 상업적 요구가 오늘날에도 음악을 3~4분 내외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 노래를 속삭이다

여러분은 감미로운 팝이나 발라드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이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인 음악에 심취하고 싶을 땐 아이유나 폴 킴, 악동뮤지션과 같은 아티스트의 잔잔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음악을 듣곤 해요. 놀랍게도, 이러한 스타일의 음악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도 기술의 발전이 한몫했답니다.

과거에는 넓은 공연장을 음악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가수가 직접 큰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서양 음악의 성악 발성은 이러한 무대에 적합한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가수는 적절한 호흡법과 음량 조절을 통해 넓은 무대를 자신만의 힘으로 장악할 수 있어야 했죠.

concerthall

하지만 1930년대에 들어 상용화되기 시작한 마이크로폰(마이크)의 개발은 가수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습니다. 마이크는 단순히 소리를 증폭해주는 기술에 불과했지만, 이는 다시 말해 가수들이 직접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가수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노래를 해도, 공연장의 크기가 아무리 커도 청중은 아무 문제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가수들은 큰 소리를 내는 발성을 연마하는 대신에 음악을 섬세하게 표현하거나 자신만의 개성 있는 목소리를 만드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마이크라는 기술 덕분에 음악가들은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다양한 장르가 탄생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답니다.

vocalwithmic

💿 CD의 크기를 결정지은 베토벤 교향곡

위처럼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음악을 변화시키는 사례를 보았다면, 반대로 음악이 기술 개발에 영향을 끼친 경우도 있답니다. 바로 CD 플레이어가 그 주인공이에요.

CDs

CD가 처음 등장했을 땐 지름이 12cm에, 참 애매한 시간인 74분 분량의 음악을 담을 수 있도록 개발되었어요. 왜 하필 이만한 크기로, 애매한 용량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사실 저도 별로 궁금하진 않았는데요, CD가 이렇게 만들어진 데에는 재미있는 속설이 있으니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CD는 70년대 가장 큰 음반 업체인 필립스와 소니가 공동으로 개발했어요. 이들은 CD를 개발해놓고 보니 크기와 용량을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졌어요. 처음엔 CD를 카세트테이프의 대체재로 개발한 것이다 보니 카세트테이프보다 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CD의 크기를 카세트테이프의 대각선 길이와 같은 11.5cm로 만들었습니다.

cassette

이 크기는 약 60분의 음악을 담을 수 있는 용량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소니의 부사장인 오가 노리오가 새로운 의견을 냅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인 베토벤 교향곡이 CD 한 장에 모두 담길 수 있는 크기면 좋겠다는 것이었죠(음악 듣는 중간에 CD를 갈아 끼우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이에 베토벤 교향곡의 녹음 분량을 확인해보니 가장 긴 연주 버전이 무려 74분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결국 74분 버전의 베토벤 교향곡도 담을 수 있도록 CD의 크기를 0.5cm가 더 늘어난 12cm로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죠.

물론 이 일화의 진위 여부는 밝혀지진 않았다고 해요. 오가 노리오와 친분이 있는 지휘자 카라얀의 요구가 반영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하고, 이러한 일화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어요. 어떠한 주장이 진실인지는 밝혀진 바가 없지만, 중요한 것은 CD의 용량을 결정짓는 데에 베토벤 교향곡의 영향력이 적진 않았다는 것이죠.

(아래의 링크에서는 CD 제작 일화에 대한 진위 여부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 음원을 돈 주고 다운로드받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오늘날엔 멜론이나 스포티파이와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어요. 요즘은 이러한 음악 소비 방식이 너무나 일반적이고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음악을 듣는 방법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어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지도 않았고,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음악을 듣기엔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듣고 싶으면 컴퓨터에서 음원을 다운로드한 뒤에 MP3 플레이어나 휴대폰에 옮겨서 들었답니다. 현재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원 유통사들도 과거엔 주 수입원이 바로 음원 판매였답니다. 그 당시 음원 하나의 가격은 5~600원 정도였어요.

고객은 음원을 다운로드받을 때마다 돈을 지급해야 하니 매우 신중히 곡을 골랐어요. MP3의 용량이 넉넉하지도 않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곡을 선택했다가 돈을 날리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음악을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채로 다운로드받을 음악을 고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유통사는 고객에게 30초 미리 듣기라는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30초를 듣고서 음악을 구매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말이죠.

pre-listen

하지만 30초는 고작 음악의 전주 정도까지만 들을 수 있는 매우 짧은 시간이에요. 음악을 구매할지 말지 결정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죠. 그래서 음악 제작자들은 고객이 30초 안에 구매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냅니다. 바로 음악의 후렴구(코러스)를 음악의 가장 앞부분으로 끌어오는 것이었죠. 즉 30초 안에 어떠한 음악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음악의 핵심 부분을 맨 앞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래의 영상은 2008년도에 가장 핫한 음악이었던 원더걸스의 노바디입니다. 이 음악의 앞부분 30초를 들어볼까요?


원더걸스 - Nobody


정말 신기하게도 후렴구가 30초 안에 담겨있어요. 이렇게 작곡된 덕분에 소비자들은 30초 미리 듣기 서비스를 이용하여 음악을 들어본 뒤에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음악의 후렴구는 중후반부에 와야 한다는 오랜 공식이 깨졌답니다.

✨ 스트리밍 시장이 주도하는 음악의 새로운 변화

멜론, 지니, 벅스뮤직,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뮤직 등등... 세상엔 무수히 많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어요. 이러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현재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로 인해 음악에 또 다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위에서 다룬 것처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공되기 이전에는 음원을 낱개로 구매하고 다운로드받아서 음악을 들었어요. 이러한 시장 구조에서 음원 제작자(작곡가, 작사가, 실연자 등등)는 소비자가 음원을 구매하였을 때 수익을 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어감에 따라 음원을 돈 주고 사서 듣는 사람도 점차 줄어들었어요😲. 그렇다면 음악의 소비 구조가 달라진 현대에서는 음원 제작자가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까요? 바로 음원이 재생되는 횟수에 따라 돈을 분배받게 되었습니다. 즉 돈을 버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그럼 제작자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악이 많이 재생되어야 합니다. 유통사는 음악이 재생되는 횟수만큼 돈을 주었거든요.

그런데 1분짜리 음원이 재생되나, 30분짜리 음원이 재생되나 음악의 길이에 상관없이 제작자의 수익은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럼 제작자 입장에서는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음원의 길이를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1시간 동안 한 곡을 반복 재생한다고 가정했을 때 3분짜리 음원은 20번 재생되는 동안 2분짜리 음원은 30번, 무려 50%나 더 많이 재생할 수 있거든요. 즉 곡의 길이가 짧아짐에 따라 반복 주기 또한 짧아지고, 이에 비례하여 수익을 증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통사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음원 순위는 오로지 음원의 재생 횟수에 따라 순위가 결정돼요. 그 말인즉슨 음원이 짧을수록 재생 횟수도 많아지고, 그만큼 순위에 오르는 속도도 빨라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누가 곡을 길게 쓰고 싶겠어요? 실제로 음악을 다운로드받던 시절과 스트리밍으로 듣는 현재의 음원 길이를 비교해보면 댄스 음악은 평균 33초, 발라드는 평균 26초 정도 짧아졌다고 해요. 이제는 2분 안팎의 음악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Lil Pump - Gucci Gang


이러한 스트리밍 시대에도 후렴구가 음악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형태는 더욱 보편화하였는데요, 기승전결의 구조로 되어 있던 예전 방식보다는 짧고 중독적인 훅을 반복적으로 많이 보여주는 것이 음악을 각인시키기에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에요. 또한 사람들이 짧은 음악과 반복적인 훅에 익숙해지다 보니 긴 음악을 들으면 쉽게 지루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렇기에 스트리밍 시장이 쇠퇴하기 전까지는 음악은 앞으로도 꾸준히 짧아질 거예요.

⚙️ 음악은 기술과 산업의 그림자 아래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기술과 산업의 변화가 음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SP의 기술적 한계가 음악의 길이를 결정하고, 마이크의 등장은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며, 반대로 음악이 CD의 용량을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등 기술과 음악이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뒤이어 음원을 다운로드하던 시절의 음악은 어떠했는지, 뒤이어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함에 따라 음악의 양상은 또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을 통해 음악을 소비하는 시장 구조가 음악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죠.

music-tech

이렇듯 오늘의 콘텐츠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음악은 기술, 산업과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변해나가고 있다가 되겠습니다. 이것이 어떠한 의미로는 작곡가의 자유의지나 소비자의 요구와 같은 내적 동기보다도 기술과 시장 등의 외부 요인이 음악을 변화시키는 더욱 강력한 촉매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의 음악이 어떻게 변화해나갈지 그 모습을 예측해본다면 청중이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한 번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늘의 콘텐츠가 흥미로우셨나요? 앞으로도 산업, 기술, 시장 등 음악에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루어보려고 해요. 현대를 살아가는(?) 음악인이라면 꼭!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니 앞으로도 꾸준히 눈여겨봐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 레코드와 SP, LP (한국 재즈음반의 재발견, 2017. 6. 30., 박성건)


목록으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