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신대륙을 발견하다

고독한 별바라기들 모두 들으러 와요

까망 고양이 비비 앨범 [Play With Me] 리뷰

by Estel

음악을 '업'으로 삼는 뮤지터 여러분은 음악을 들으며 순수하게 감동한 경험이 많으신가요? Estel은 언젠가부터 처음 듣는 음악도, 이미 아는 음악도 감상과 동시에 분석하는 직업병에 걸린 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음악에 흠뻑 빠지는 경험이 무척 그리웠지요.

지난 8월 31일 발매된 까망고양이 비비의 EP앨범 [Play With Me]는 바로 그 점에서 반갑기 그지없는 음악이었어요. 화성이 어떻고 형식이 어떻고~ 이것저것 묻고 따지는 이성이 작동하기도 전에, 감성을 그저 훅~ 파고드는 음악이었거든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이 소중한 감상의 경험을 뮤지터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뮤지터 여러분도 함께 들어보시고 좋은 감상의 시간을 보내시기 바라요. 😉

목차
1. 까망 고양이 비비는 누구?
2. [Play With Me] 에스텔픽 원 투 쓰리
3. [Play With Me] 앨범적 매력 원 투 쓰리

1. 까망 고양이 비비는 누구?

까망 고양이 비비는 작곡가이자 래퍼, 보컬로 함께할 누군가를 기다리며 자신의 세상을 그려내는 뮤지션이에요. 가사와 음악의 조화, 넓은 스펙트럼의 음역과 음색을 지니고 있죠.

2017년 [기억감옥]에 이어 2019년 [Play With Me] 전반부 5곡에 해당하는 1/2 앨범을 발표하였고, 최근 후반부 6곡까지 추가된 [Play With Me] 전체 앨범을 발표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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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lay With Me] 에스텔 픽 ☝🏼원, ✌🏼투, 🤟🏼쓰리

[Play With Me]에는 총 11곡이 수록되어 있어요. 그 중에서 에스텔이 특히 추천드리는 세 곡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곡이 다 좋아서 고르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

에스텔 픽 원☝🏼 Track 02. 넌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feat. KiXY)

첫 번째 트랙 'Cloud Bath'는 연주곡이기 때문에, 앨범 처음으로 노래가 나오는 곡이에요. 멜로디와 코드의 따뜻한 분위기와 KiXY의 몽환적인 음색이 어우러지는 제3의 감성이 인상적이었어요. 편안한 마음으로 종종 웃음을 머금으며 들을 수 있죠.

이 노래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가사에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넌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넌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내가 뭘 하든 신경 쓰게 될 거야. 자꾸 자꾸 너의 사랑이 커질 거야.
너에게 난 예쁘고 소중한 단 한 사람. 너를 기쁘게 해주는 단 한 사람.
너의 손에 닿지 않아도 나는 언제나 네가 좋아할 모습이 될 거야.

- '넌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중

마법 주문을 걸듯 네가 나를 좋아하게 되리라는 말을 반복하는 생떼를 쓰는 모습이 꼭 지독한 짝사랑에 빠진 사람 같지 않나요? 그래서인지 '네가 나를 좋아해서' 어떻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것들이 오히려 '내가 너를 좋아해서' 이렇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난 너를 사랑해. 난 너를 사랑해.
네가 뭘 하든 신경이 쓰여. 자꾸 자꾸 나의 사랑이 커지고 있어.
나에게 넌 예쁘고 소중한 단 한 사람. 나를 기쁘게 해주는 단 한 사람.
나의 손에 닿지 않아도 너는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야.


에스텔 픽 투✌🏼 Track 08. Axis (feat. KiXY)

다음으로 소개드릴 노래는 여덟 번째 트랙 'Axis'입니다. 에스텔이 특히 좋아하는 부분이 많은 노래에요.

첫 번째로 노래에 흠뻑 빠져든 부분은 훅! 직전까지는 통통 튀고 건조한 느낌의 반주가 깔리다가 훅에 들어서면서 등장하는 신디사이저와 함께 푹~ 젖어드는 느낌으로 확~ 전환되거든요. 이 느낌이 가사와 어우러져 어딘지 알 수 없는, 끝도 없고 가장자리도 없는 곳으로 빠져드는 감각을 만끽할 수 있어요. 깨알같은 라임도 묘미

태풍의 눈 속. 우주의 품 속.
내가 사라져도 흩어지지 않는 세상의 모든 균형.
별들이 눈 떠. 각자의 춤을 춰.
이토록 아름다운데 그 사이에 먼지가 껴. 보여, 나의 굴절.

또 마음이 끌렸던 지점은 가사에서 드러나는 (아마도) 까망 고양이 비비의 자기고백이었어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당황' '감탄' '무시' '싸움' 등 제각각이라는 냉소에서부터, 자신의 언어는 사람들에게 닿지 않아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었고, 나 역시 사람들의 세상에 맞추기보다 내 마음이 만드는 나만의 세상에서 더 많은 노래를 부르겠다, 그렇게 해서 자유로워지고, 나만의 별-이상에 다다르고 싶다는 선언까지.

난 아직도 너흴 사랑할 방법을 찾고 싶지 않아.
난 아직도 이 곳의 화음에 더 많은 노래를 불러야 해.
그래, 언젠가 나를 묶어놓은 축에서 벗어나 나만의 별을 찾게.


에스텔 픽 쓰리🤟🏼 Track 11. 민들레 피는 날에 (feat. 황경은)

세 번째로 소개드릴 노래는 앨범 마지막 수록곡 '민들레 피는 날에'입니다. 이전의 노래들과는 여러모로 "사뭇 다른" 노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가장 밝고 희망찹니다!

앨범 전체에 걸쳐 까망 고양이 비비 그리고 여러 곡을 피처링한 KiXY의 음색에 익숙해져 있다가 마지막 노래에서 새로운 보컬이 피처링을 하며 완전한 타인이 등장합니다. 연극으로 치면 마지막 장에서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무대에 등장하는 듯한 의외성과 신선함을 느꼈어요.

가사와 음악이 유기적으로 조화되는 것도 이 노래의 매력이에요.

늘 나 혼자만 아는 줄 알았던
구름 위를 걷는 법, 지구와 멀어져 숨쉬는 법.

이 부분의 멜로디는 기우뚱거리는 무중력 상태의 불안정함을 리듬에서 드러내고, 불안정한 가운데서도 마침내 숨을 쉬어낸다는 말을 비슷한 구간을 맴돌던 멜로디의 큰 도약으로 뱉어내거든요. 음악을 듣다 보면 이 부분에서 에스텔도 함께 숨을 한 번 토해내게 되어요. 😤

까망 고양이 비비의 랩 중에서도 "밝은 음악 속의 불협화"를 베이스 신디사이저의 묘~하게 불협화스러운 진행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등장해요. 가사와 음악을 동시에 만들어낸 것 같은 순간이죠.

멈출 수 없다, 이 밝은 음악 속의 불협화.
이 안에서 강해져야 했던 우린 그토록 울었다.
울려퍼지는 파동, 그 결실은 환영받을까?
많은 걸 지켜낸 너와 나의 지금 이 순간은 아름다울까?

3. [Play With Me] 앨범적 매력 ☝🏼원, ✌🏼투, 🤟🏼쓰리

싱글 앨범과 다르게 여러 곡이 수록된 EP 이상의 앨범에서는 앨범 수록곡들 간의 관계와 유기성, 흐름 역시 감상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추천곡 소개에 이어 이번에는 앨범 전체를 조망했을 때 발견하게 되는 [Play With Me]의 앨범적 매력을 이야기하려 해요.

앨범적 매력 원☝🏼 곡을 넘나드는 가사의 유기적 연결

에스텔은 스스로 생각해도 가사에 집착하는 편이에요. (갑분고백) 주어 뒤에 붙는 조사를 은/는으로 할까 이/가로 할까를 두고서도 어감의 차이를 고민하며 쓸데없이 시간을 쓰죠. (그래서 이번 아티클의 마감이 늦어지고 있...) 까망 고양이 비비의 [Play With Me]는 가사에 집착하는 에스텔에게 즐거운 탐험거리를 끝없이 던져주었답니다. 특히 곡을 넘나들며 떡밥을 던지고 회수하는 면에서요.

dandelion

날아라, 민들레 씨야. 나의 소원을 저 멀리 전해라.
아직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꿈. 이뤄지면 알게 될 거야.
나의 하루 하루가 빛나게 흩뿌리는 홀씨가 피어날 때
내가 원하는 대로 이 세상이 채워져.

- Track 02. '넌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중

두 번째 노래에서 등장한 "민들레 씨"화자의 소원이 담긴 객관적 상관물이죠. 민들레 씨가 꽃을 피운다면 그것이 곧 화자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아아, 이제 이 여행이 너와 날
아아, 잊지 못하게 한 걸 알아.
민들레씨를 날려보냈던 그 날에 뜬 달처럼
언제나 같이 있어. 꽃 피어난 곳에.

- Track 11. '민들레 피는 날에' 중

네, 민들레가 피어났군요. 앞선 노래에서 화자의 소원이 "너의 사랑" 즉 자신을 이해해주고 곁에 있어주는 타인의 존재였다면, 이 노래에서 화자는 마침내 그 존재를 만나 함께 있게 되었습니다. 앨범 맨 첫 노래에서 던진 떡밥이 마지막 노래에서 깔끔하게 회수되는 짜릿함이 느껴집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citylight

하나의 노래에 담긴 내용이 그 다음 노래의 내용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특히 앨범 후반부 수록곡들이 그러한데요.

maybe it's my last signal. 행복을 찾길 원해.
마지막일 수도 있는 너를 향한 초대.
maybe it's my last signal. 이 노래가 끝나도
그 도시에서 너는 행복한 걸까?

- Track 07. Last Signal 중

'Last Signal'에서 화자는 "너"에게 "같이 놀자"고, "나에게 와 달라" "함께 하자"고 외칩니다. 그러나 "빛이 많은 도시"에서 "숨겨진 그림자"들이 본심을 모두 삼켜 버리고, 화자의 신호에 "너"는 끝내 응답하지 않는 듯해요.

더 이상 내 언어가 이 세상에 하나도 전해지지 않아서
난 내 공간에서 그저 감상해, 나 없이 똑같은 사람들.
채워갈 자리가 늘어나는 마음 속을 다시 또 비워낸 나.

- Track 08. Axis 중

결국 화자는 자기 혼자만의 고립된 공간에서 TV를 보듯 세상을 관조하게 됩니다. 세상을 "망가진 도시"라 냉소적으로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돌아올 보통의 하루는 언제나처럼 재밌을 거야."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journey

그렇지만 고독한 여정 가운데서도 화자는 아직 "너"를 향한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너"는 "나와 같은 상처를 같고 살아"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같은 상처를 갖고 살아가던 나와 너는 그렇게 흐려져 간다.
같은 상처를 갖고 살아 약점마저도 아는 게 두려웠나봐.

- Track 07. Last Signal 중

혼자만의 공간에서 상념에 빠진 상황에서도, 화자는 "너"의 존재를 믿고 있습니다. 너 역시 자신처럼 TV를 보듯 세상을 관조할 것이라고, 어쩌면 자신이 당신의 별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고요.

지금 이 지구라는 TV를 보는 너에겐 내가 최고의 star.

- Track 08. Axis 중

다음 노래인 'as we drip our every seconds'에서는 이 생각이 서로에 대한 것으로 확장됩니다. 화자는 "너"와 "내"가 서로의 "star"이고, 서로가 빛나고 서로에게 비치기에 서로를 통해 자기 자신도 깨달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너와 나, 서로의 커다란 우주를 아무도 모르게 외롭게 감상하던 나날.
그 모든 순간들은 가장 특별한 감동을 나만 알아볼 수 있게 숨긴 아름다운 영화가 돼.
그렇게 각자의 여운을 품은 채 마침내 우리가 마주했을 때
이제야 나의 세상까지 알게 된 것 같아.

- Track 09. as we drip our every seconds 중


앨범적 매력 투✌🏼 앨범과 리버브의 조화

여러 곡이 함께 수록된 앨범을 만들 때, 각 노래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래들 사이의 연결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거리에요. 하나의 앨범이 하나의 작품으로 세상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앨범 전체를 들을 때 청자들을 어떻게 이끌어갈지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죠. 가사의 내용으로 연결하기도 하고, 음악의 분위기로 연결하기도 하고...

까망 고양이 비비는 [Play With Me]에서 가사의 내용, 음악의 분위기라는 방법과 함께 음악의 공간감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앨범 자체의 음악적 흐름을 만들어냈어요. 특히 후반부에서 이 점이 잘 드러나요. 여섯 번째 노래 '포고스틱 바운스'의 음악의 질감은 상당히 메마르고 건조하죠. 리버브를 많이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만큼의 공간감이 앨범 전체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어요. 열 번째 노래 '멀리'에서는 반대로 무척 축축하고 많이 울리는 공간감이 느껴져요.

'포고스틱 바운스'에서 '멀리'에 이르기 다섯 곡의 노래들, 각 노래마다 들어가는 공간감이 서서히 많아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앨범을 쭉 듣다 보면 조금은 날카롭기까지 한 느낌에서, 보송보송한 느낌으로, 촉촉한 느낌으로, 축축한 느낌으로, 끊임없이 젖어들고 가라앉는 기분이 들어요. 그러다가 마지막 노래 '민들레 피는 날에'에 이르면 음악의 공간감이 평상시로 돌아오면서 꿈에서 확 깨어나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죠.

앨범의 수록곡들이 따로로도 하나로 존재하는 동시에 함께로도 하나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성의 힘이 느껴지는 공간감이었습니다.


앨범적 매력 쓰리🤟🏼 두 개의 엔드 카드

까망 고양이 비비는 앨범 소개글에 엔딩곡이 두 곡이라고 쓰고 있어요. 열 번째 노래 '멀리'와 열한 번째 노래 '민들레 피는 날에'가 앨범 서사의 서로 상반된 결말인 셈이죠. '멀리'에서는 그 모든 이야기 끝에 결국 혼자인 화자가 다시 별을 꿈꾸며 홀로 멀리 여행을 떠나요. 반면 '민들레 피는 날에'에서는 화자가 그토록 갈망하던 "너"를 만나 함께 하게 됩니다.

이렇게 앨범에 두 개의 엔딩이 존재하는 것이 마치 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평행우주의 분기점을 생각나게 하기도 해요. 게임과 평행우주의 공통점은 이미 정해져 있는 세계관과 나의 자유의지의 충돌 혹은 공존이죠. 내가 하는 모든 선택마저 거시적인 우주의 관점에서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결말 중 하나이지만, 그럼에도 내가 하는 그 선택이 내가 만드는 나이자 나의 삶이니까요.

choice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함께 선택해 보아요. 에스텔 개인적으로는 '민들레 피는 날에'가 "내 곁에 있는 다른 존재와 함께 지니는 희망"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좋았어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지 알 것 같아서요. '멀리' 엔딩으로 가더라도 나름의 고독하고도 아름다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만... 에스텔은 외로움을 많이 타서요. 갑자기?

뮤지터 여러분은 어떤 엔딩을 선택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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