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

음악가의 삶, 후회한 적은 없나요?

행복하고 싶은 평범한 음악인의 이야기

by Harrison

목차
  1. 음악가의 삶을 선택한 당신에게
  2. 음악, 너로 정했다! 그 다음엔...?
  3. 노력은 가끔 배신하기도 한다
  4. 대학 생활, 자유가 아닌 방종을 얻다
  5. 졸업, 도피의 막다른 길에 다다르다
  6. 그래서, 음악 한 걸 후회하는가?

1. 음악가의 삶을 선택한 당신에게

'과거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까?'

뻔하고, 식상한 질문이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질문이죠. 보통은 'S 전자 주식을 살 거야', '코인에 몰빵하고 존버 해야지'와 같은 현실적인 답변이 우세하지만, 저는 '과거로 돌아가면 음악을 다시 할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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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누구나 공감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주제예요. 전공을 선택한다는 건 그 분야에 내 인생을 쏟아붓게 되는 중대한 결정이니까요. 또한 그 길이 어려운지, 힘든지, 나와 맞지 않는지 등은 일단 부딪혀봐야만 알 수 있어요. 그리고 한 번 선택하면 되돌리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래서 다들 자신의 선택을 한 번쯤은 회고하게 되나 봐요.

물론 과거로 돌아가야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누구나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죠. 다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새로운 도전이 어려워져요. 그간 해온 것을 내려놓는다는 건 내가 실패해서 도망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또한 생계나 사회적 인식 등의 현실적인 장벽을 마주하게 되고, 이를 극복할 많은 용기와 책임이 필요하죠. 그리고 어린 시절엔 나의 선택을 조언하고 지지해주는 선생님이나 부모님, 학교라는 울타리가 있지만, 성인은 모든 걸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고독한 싸움을 해야 해요. 이러한 이유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른 인생을 살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유효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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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보잘것없고 평범하지만, 많이들 공감할 수 있는 제 음악 인생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제 인생의 여정 속 방황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봄으로써 여러분이 저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길, 더불어 심심찮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바입니다.

2. 음악, 너로 정했다! 그 다음엔...?

음악을 한 것을 후회하느냐에 답하려면 왜,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는지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제가 음악을 하며 방황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뚜렷한 목표나 방향 없이 음악을 시작했었기 때문이었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가로 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또래 친구들보다 음악에 재능이 있고, 좋아했기에 '음악은 내 운명'이라고 자연스레 믿었어요. 그렇게 음악을 시작했으나 '음악을 한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등의 어렴풋한 계획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시키는 것을 따를 뿐이었어요. 그냥 따르다 보면 언젠간 뭐라도 되리라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진로 선택엔 그만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그 당시엔 알지 못했습니다. 마치 식당에서 원하는 메뉴를 고르듯이 선택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인 줄 알았거든요. 다만 음식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식사 시간 만큼을 후회하지만, 인생은 그 진로에 발을 들인 시간만큼 후회하게 돼요.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치고는 꽤 큰 비용을 치르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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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선택하는 건 메뉴를 고르는 것만큼 가벼운 일이 아님을

음악을 선택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단지 좋아하는 걸 배우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나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성인이 되고 보니 숨만 쉬어도 돈이 새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요). 그리고 그 부담은 오롯이 부모님의 몫이었습니다.

이렇듯 철부지 같던 제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이러한 사실을 그때 알았더라면 과연 음악을 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3. 노력은 가끔 배신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에서 음악 공부를 시작한다는 건 곧 입시를 준비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은 철저한 학벌주의 사회이고, 이에 적자생존의 경쟁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음악인들은 입시라는 난관을 거쳐야만 하죠(물론 음악 분야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도 남들과 다르지 않은 입시생의 삶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제 학창 시절의 음악 공부는 음악을 즐기고 배운다기보다는 입시를 위한 맹목적인 공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 기계가 되어갔죠. 하지만 이에 회의감을 느끼거나 불만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불합리한 입시 제도에 대한 회의감보다 입시가 주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더 컸거든요. 찰나의 실기 시험에 내 수험 생활, 더 나아가 내 인생이 좌우되기에 이에 저항하는 건 꿈도 꾸지 않았죠. 행복해지고 싶어서 시작한 음악이었는데, 입시를 하면 할수록 본래의 목적을 잃어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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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열심히 준비했던 것과는 별개로 전 보기 좋게 대학에 떨어졌습니다. 음악에 소질이 있다고 떵떵거렸고, 그래서 주변의 만류에도 고집을 부려 전공까지 삼았는데, 가혹한 결과는 저를 비웃는 것만 같았습니다. 불현듯 불안과 걱정이 엄습했고, 그제야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한테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라고 말이죠.

세상엔 저 정도 되는 재능은 흔한 것이었고, 이러한 사실을 대학이 떨어진 뒤에야 고민하는 저 자신도 부끄러웠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도 똑같은 입시를 일 년 더 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 불행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제가 벌린 일이었고, 인제 와서 물릴 자신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실패의 짜릿한 경험 덕분에 더욱 굳센 의지를 갖추고 다시금 입시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긴 합니다만, 애초에 제 본분을 스스로 알았더라면 입시를 가히 도전하지 않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4. 대학 생활, 자유가 아닌 방종을 얻다

대학을 가면 자유인이 되리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대학에 가면 두발 규정도 없고, 교복을 입지 않아도 되고, 혼내는 선생님도 없고, 살도 빠지고(?), 예뻐지고(?), 연애도 맘껏 할 수 있다(??)는 영업을 당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가고 난 후에 하고 싶은 걸 맘껏 해라'는 어른들의 말만 믿고 무미건조한 학창 시절을 보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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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서 △△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렇게 대학을 오고 나니 어른들의 말씀이 절반은 맞았습니다. 생각하던 만큼의 대학 생활의 로망은 없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고, 그렇게 놀다가 밤을 꼴딱 새우기도 하고, 게임에 미쳐보기도 하며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그렇게 학창 시절의 설움을 보상받는 느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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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른들의 말씀이 절반만 맞은 이유는, 자유에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어진 자유에서 지녀야 할 책임은 쏙 빼버리고는 달콤한 방종만 즐긴 셈이었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고 시험을 망쳐도 훈계하는 사람은 없지만 망친 학점은 제 성적표에 새겨졌습니다. 기나긴 방학을 하염없이 허비하고 있을 때 몇몇 동기들은 실력을 갈고닦아 성장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다 같이 놀고 즐기는 줄 알았는데 저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을 뿐, 다들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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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한 마음은 커졌지만 더 큰 문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엔 입시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고, 대부분이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공부를 하며 보내왔지만, 대학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모두 스스로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음악이 하고 싶다'만 생각했지, '음악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먹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학교라도 열심히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얼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서 학교생활이라도 열심히 한다면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이마저도 현실에서의 도피였다는 것을 깨닫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5. 졸업, 도피의 막다른 길에 다다르다

대학의 졸업 시기가 다가옴이란 즉슨 이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친구들의 진로도 더욱 뚜렷해져 갔습니다. 유학을 준비하는 이도 있는가 하면, 대학원에서 공부를 이어나가는 친구도 있었고,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교직 이수를 준비하는 친구, 혹은 일찌감치 음악을 포기하고 다른 인생을 선택한 이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만 빼고 다들 각자의 자리를 잡아가는 듯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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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만큼은 열심히 다닌 저였건만, 이마저도 부질없는 노력이었음을 진작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었을까요. 성실한 태도와 우수한 학업 성적도 꿈이 있는 이들에게나 의미가 있다는 것임을 말이죠.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내게 어떠한 이유로 필요해'라는 구체적인 목적이 없는 이에겐 우수한 성적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습니다.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다고 해서 대학이 제 인생을 책임져주는 것도 아니었고요.

물론 저도 하고 싶은 게 전혀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친구들이 이런저런 꿈을 찾아 나가는 것을 보며 '재밌어 보이는데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기웃거려본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깊숙이 발을 담그기엔 그 어느 것도 쉬워 보이지 않았고, 이를 감내할만한 간절함도 없었습니다. 이쯤 되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난 음악을 좋아하는 게 맞긴 한가?' 라고요. 제겐 현실의 장벽을 넘어설 만한 절실함이 없고, 절실함의 부재는 음악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었죠.

어른들이 늘 말하던 '음악은 업으로 삼지 말고 취미로 해라'라는 말이 그제야 와닿았어요. 그토록 원하던 음악을 하고 있지만 정작 행복하지 않은 나 자신을 너무나 늦게 알아버렸죠. 그리고 이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을 만큼 저 자신에게 너무나 무심했다는 것도요.

그래서 저는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보았습니다. 그땐 내가 음악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었는지, 내가 언제 행복했는지를 말이죠. 초심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니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의 가닥이 조금씩 잡히더라고요.

6. 그래서, 음악 한 걸 후회하는가?

제 음악 인생에서 후회스러운 몇몇 순간들을 돌아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냐고요? 이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으려 합니다. 각자의 인생에 걸맞은 선택이 있을 뿐, 제 선택이 여러분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 전 제 인생을 후회하고 있을까요? 글쎄요, 아무리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는 선택은 없었을 거예요. 제가 만약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아, 그래도 그때 음악을 해볼 걸 그랬나..'라고 평생 후회하고 살았을지도 모르는걸요. 내가 포기한 다른 선택지의 인생으로 돌이킬 수는 없으니까요. 그저 여러분이 어떠한 삶을 살든 간에 매 순간이 가장 후회가 남지 않는 최선의 선택이길 바랄 뿐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여러 상황 속 다양한 후회가 있겠지만, 저는 적어도 음악을 했다는 사실은 후회하진 않아요. 아마도 음악을 선택한 대다수는 저처럼 그냥 음악이 좋았기 때문이지, 득과 실을 따지진 않았을 거예요. 음악을 선택해서 불행해졌다고 해도 그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에요. 단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몰랐던 것들을 배워나가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일 뿐인 거죠. 음악이 여러분 인생의 전부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음악가의 삶을 선택함으로써 여러분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사랑하던 음악은 여전히 아름답고, 감동과 위로를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사실은 변함없어요. 음악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뿐, 음악은 항상 제자리에 있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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