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

음악과 기획, 경계를 오가며 두 마리 토끼를 꿈꾸다 : 공연기획자 장유진

공연/방송기획자 장유진으로부터 듣는 공연기획자의 일과 삶

by Estel

Editor's Comment

'기획', '브랜딩'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시대,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똑같은 연주 레퍼토리라도 어떤 기획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어필할 수 있는 관객층이 달라지고, 공연의 흥망을 결정하기도 하죠.

또 공연 진행에 필요한 행정적인 부분(예산, 홍보 등)은 든 자리 몰라도 난 자리는 확 티가 나는, 문제가 생기면 공연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해지는 것들인지라 그런 부분들까지 담당하는 기획자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답니다.

그런데 '기획'이라는 게 그래서 정확히 무엇일까요? 공연기획자 장유진을 만나 공연기획자는 어떤 직업인지, 공연기획은 어떤 일인지를 들어보았습니다. 자신만의 공연기획에 관심 있는 뮤지터들은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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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공연 및 방송 기획자 장유진

"음악도 일도 인생도 버라이어티한 종합예술인 유진입니다. 고등학교때부터 국악 작곡을 전공해서 자연스럽게 국악, 그 중에서도 정가를 활용한 보컬로 싱어송라이터와 밴드 활동, 영화와 연극음악 작곡가로 활동했어요. 음악 외에도 학부때부터 공연기획 일을 접해 졸업 후에는 공공기관에서 3년정도 기획자로 일했어요.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중입니다."

주요 이력
목차
  1. 공연기획, 공연기획자
  2. 공연기획자가 되기까지의 과정
  3. 공연기획자로서 공연 한 번 만들기 : "새-노래"
  4. 공연기획의 이모저모와 노하우
  5. 장유진의 꿈

1. 공연기획, 공연기획자

'기획'이라는 단어 자체는 여기저기서 듣는데, 기획자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공연기획자는 뭘 하는 사람인가요?

'기획'이라는 말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전체의 방향과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지만, 그건 공연기획자가 공연에서 담당하는 전체 업무 중 초반 일부에 불과해요. 공연 전체 과정에서 공연기획자의 주요 역할은 식당 웨이터와 비슷해요. 웨이터가 손님들로 하여금 음식을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도록 세팅하고, 안내하고, 모든 뒷정리와 앞정리를 하듯이, 공연기획자는 공연장 들어가기 전의 모든 과정,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 무대 밖의 모든 과정을 세팅하고 서빙하고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하는 사람인 것이죠. 한 마디로 잡다한 일을 다 하는 거예요. (웃음) 예술가가 예술성을 떨칠 수 있도록 그에 수반되는 모든 걸 다 도와주는 헬퍼와 같은 역할이죠.

대학생 때부터 공연기획 일을 했는데, 그때는 헬퍼의 역할 위주로 일을 했다면, 최근에는 제가 더 의견을 내고 기획다운 기획을 할 수 있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요.


공연기획자를 하려면 어떤 자질/능력이 필요하고 중요한가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기획자는 주인공인 아티스트가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거예요. 그래서 가장 먼저 아티스트에 대한 팬심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팬심이 많이 들어갈수록 공연의 퀄리티도 더 잘 나오더라고요. (웃음)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기에 아티스트와 공연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향해 섬기는 자세도 중요해요.

공연기획 일 자체에 필요한 능력으로는 '꼼꼼함' 그리고 '계획성' 일종의 비서 같은 능력이죠.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천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저도 처음에는 이 방면으로 부족했어요. 일을 하면서 배웠죠. 문서 작성이나 정산 등 행정 능력 역시 필수적인데, 일을 하다 보면 개발되는 것 같아요.

조율하는 능력도 중요해요. 공연기획자는 프로듀서라고도 불리는데, 프로듀서는 외부 기관과 우리 공연팀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많이 해야 하거든요. 실제로 공연장에서 긴장이나 갈등이 생기면 그걸 원활하게 풀어줘야 하는 사람이에요.

2. 공연기획자가 되기까지의 과정

어떻게 공연기획자가 되셨는지 궁금해요. 원래 관련 전공을 공부하셨나요?

아니요, 대학에서는 국악작곡을 전공했어요. 우연히 대학 교수님께서 공연기획 일을 정말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수님 공연 도와드리고, 선후배들의 공연을 도와주고 하면서 공연기획 일이 계속 연결이 되었어요. 그 끝에 회사도 공연기획 관련 직무로 취업하게 되었고요.

공연기획자의 경우 대학에서부터 공연기획 관련 전공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처럼 현장 실무를 먼저 접하면서 두루 일을 배우다가 이후 관련 직무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작곡과 기획이 서로 관련 없는 일인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만은 않은 게, 작곡이 곡 하나를 구성하고 진행하고 책임지는 것이잖아요? 연주자를 섭외하고 공연에 올리는 것까지가 작곡가의 중요 활동이어서 기획과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곡을 만드는 데서 공연을 만드는 걸로 확장되었달까요.

3. 공연기획자로서 공연 한 번 만들기 ('새-노래' 공연을 중심으로)

공연기획자의 입장에서 공연 한 번 만드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궁금해요.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 지원단계(2) 작품개발 과정(3) 연습 과정(4) 공연장에서(5) 공연이 끝난 후 이렇게요. 가장 최근에 했고 애정이 많이 들어간 공연인 '새-노래'를 예로 들어 말씀드릴게요.

공연 한 번 만들기 과정

(1) 지원단계 (1~2월)

지원사업에 지원하는 단계에서는, 당연하게도 기획서를 쓰는 게 가장 큰 임무에요. 무조건 붙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정말 기깔나게 써보자"고 결심했죠. 실력 있는 예술가들이 기획서에 자신의 매력을 잘 담아내지 못해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가 우선 좋았고, 그걸 제가 기획자의 관점에서 객관화시키는 게 잘 되었던 것 같아요. 또 지원사업을 주관하는 기관의 스타일을 조사하고, 기관의 선호에 맞게 예술가를 브랜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포장을 잘 해보았습니다. (웃음)

그렇게 서류를 통과했고, 다음으로 인터뷰 심사가 있었어요. 기획서 내용을 잘 요약해서 말로 풀어내고, 큐카드를 만들어가는 등 똑소리나게 보이려 노력했죠.

방송기획을 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어요. 방송기획 은 공연기획과 달리 카메라라는 매체를 매개로 공연자와 시청자가 분리되어 있고 보이지 않는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더 엄격한 면이 있거든요. 방송기획에서 배운 것들이 공연기획으로 돌아왔을 때 장점이 된 것 같아요.


(2) 작품개발 과정 (3~9월)

작품개발 과정에서는 기획자가 어느 정도로 콘텐츠 생산에 기여하느냐에 따라 참여도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기획자가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는 상황이라면 작품개발을 예술가와 함께 하는 느낌이겠지만, 예술가가 콘텐츠 개발을 주로 하는 상황이라면 옆에서 개발 과정을 따라가며 기획의 관점에서 의견을 내고 돕게 되지요.

회사에서 대규모의 사업을 할 때에는 상사가 정한 걸 따르기만 하면 되었는데, "새-노래"의 경우에는 규모도 작고 참여인력도 많지 않다 보니 기획+알파의 역할을 수행할 일이 많았어요. 예술가와 연출이 생각하는 바를 충분히 듣고 피드백을 준 것이 기억에 남아요. 허드렛일만 하지 않고 기획다운 기획을 해봤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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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개발 회의 (방역 수칙을 준수하였습니다)

예산을 대하는 관점이 서로 달라서 갈등이 있었어요. 저는 예산 안에서, 주어진 틀 안에서 작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예술가와 연출은 사비를 들여서 뭘 더 하려고 했거든요. 그래도 그 과정이 있어서 작품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고, 나중에 작품의 곁가지를 쳐내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작품의 윤곽이 잡히고 나서는 한 발 물러나 기획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홍보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업무가 중요했죠. 홍보 디자이너님들과 함께 포스터와 리플렛 제작,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온라인 홍보물 제작을 함께 했고, 그밖에도 유튜브 라이브 방송, 기자들에게 홍보기사 요청 등의 일을 진행했어요.

'새-노래' 인스타그램 홍보물 제작 현황

'새-노래' 홍보 기사


(3) 연습 과정(10월)

작품 개발이 마무리되고 실제 연습 단계에 들어가면 기획은 연습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팅하는 역할이 주가 되어요.

기획이 연습에 매번 다 참여를 할 필요는 없는데, "새-노래"의 경우에는 여차저차 모든 연습에 참여하게 되었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애정이 더 생기고, 그 애정으로 공연을 더 잘 준비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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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주 진행 (방역 수칙을 준수하였습니다)

출연진 스태프 모두 좋은 분들이셨고 협조를 잘 해주셔서 크게 한 것은 없었어요. 쾌적하게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예약하고, 간식을 챙기는 등 섬기는 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죠. 매 연습마다 주차난을 해결하려고 운전하는 분들과 조율을 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4) 공연장에서(11월 1주)

공연장에 들어가기 직전 즈음에는 지리적인 걸 파악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변 식당, 인쇄소, 마트 등... 다과를 구입하고 식사를 주문하고 필요할 때 추가 인쇄를 하고,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간과했다가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거든요.

공연장에 들어오기 전과 들어오고 나서 기획의 역할은 꽤 다른 것 같아요. 공연장에서는 스태프와 출연진이 각자 역할을 하고, 기획은 대기실과 티켓부스를 잘 꾸미고 지키고, 빈 곳을 채우는 사람이죠. 그러다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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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피.땀.눈물. 티켓부스 | 사진 : 안재경, 제공 : 수림문화재단


(5) 공연이 끝난 후(11월 2주~현재)

정산과 결과보고서 작성이 남아 있어요. 영수증을 모으고 1원 단위까지 모든 정산을 마치고 나면 희열이 느껴지죠. (웃음)

결과보고서 작성은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글을 쓰는 순서로 진행하고 있어요. 잘하려고 하면 끝이 없어요. 거의 책을 만드는 피디들도 있고요. 현재 결과보고서를 완성해야 하는 단계인데 잘하려고 욕심을 내는 중입니다.

4. 공연기획의 이모저모와 노하우

특히 기억에 남는 공연기획 활동이 있나요?

회사에 다닐 때 '찾아가는 국악방송'이라는 프로그램을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국악 EDM을 하는 "마주"라는 그룹이 공연의 주인공이었는데, 외국인 대학생들이 클럽에 온 것처럼 흥이 넘치게 공연을 즐겨 주어서 뿌듯했어요. 관객들이 신날 때 저도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국악어울림축제'라는 공연도 담당을 했었어요. 그때 김영임 선생님을 어렵게 섭외하여 공연이 진행되는데, 맨 앞줄에서 휠체어를 타고 관람하시는 장애인 분들께서 공연을 정말 좋아해주셨어요. 보람을 느꼈죠.

앞서 공연기획 과정을 설명할 때 말씀드린 "새-노래"도 인상이 참 깊게 남았어요. 감정과 애정을 많이 쏟았고, 힐링도 성장도 되었고... 무슨 영화촬영장 다녀온 것처럼 희열과 여운이 일 주일은 갔던 것 같아요. (웃음)


공연기획자라는 직업을 추천하십니까, 비추천하십니까?

추천한다면, 현장을 돌아다니고 발로 뛰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매력을 많이 느낄 직업이에요. 또 이게 한끝 차이긴 한데, 내가 이 사람들을 섬긴다고 생각하는 게 힘들 수도 있지만, 관리감독하는 사람으로서 그 역할이 멋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대중에게 좋은 공연 콘텐츠를 선결해서 소개해주는 것이 좋은 공연기획자의 역할이죠.

비추천한다면, 일단 육체적으로 힘들고, 본인이 아티스트적인 면모가 많다면 어쩌면 아쉬움이나 부러움이나 이런 게 있을 수 있어요.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직업을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워낙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니까, 두 가지 일을 잘 병행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음악과 공연기획을 병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연기획 노하우 부탁드려요.

문제를 풀 때에도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는 것처럼, 재단의 성격과 경향이나 그동안 재단에서 선정한 공연 스타일, 사전에 알 수 있다면 심사위원 풀을 파악해야 해요. 그것에 맞추어 나의 커리어나 기획의도를 풀어내면 그게 가장 뽑히는 기획서라고 생각합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좋은 기획의도는 당연히 중요한 것이고, 보여지는 문서도 무시 못한다고 생각해요. 오탈자, 문법, 레이아웃 등에 신경써서 읽기 좋게 가독성 있는 빈틈없는 문서를 만드는 것도 내용에 버금가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장유진의 꿈

앞으로의 계획은?

진로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어요. (웃음) 기획 직무로 취업하기 전 영화음악 작곡을 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이 있었고, 취업 후 기획 일만 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이 있어요. 그 아쉬움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그동안 쌓아온 경험들을 잘 녹여내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제가 가진 음악적인 재능, 기획자로서의 공연과 방송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살려 음악 방송, 음악 콘텐츠, 음악 영상 콘텐츠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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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이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기를 갉아먹으면서까지는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부당함을 느낄 줄 알고 나를 지키면서 건강하고 기분 좋게 예술활동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세상이 되도록 다같이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예술가는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라 생각해요. 매력적인 걸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을 향한 사랑이나 선한 마음을 기반으로 하는 아름다운 콘텐츠가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비도덕적, 비정상적인 데서 나오는 매력보다 선한 데서 나오는 매력을 가진 예술가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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