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넓얕

한국은 K-유교국? 알고보니 성별 없는 젠더프리 캐스팅 공연이 해방직후에 나왔다!

최초의 ‘여성국극’에 대하여

by 예술경영전공 지다인

'예술경영 지다인' 님이 뮤지트에 게재한 글을 뮤거진을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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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별을 초월한 젠더프리 캐스팅을 이용한 공연들이 하나둘씩 많아지고 있어요. 국립극단 <파우스트 엔딩>, <햄릿>, <아마데우스>등 의 작품들이 강렬한 캐릭터가 남성이 아닌 여성배우로 배치하므로 신선함을 주었습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헤롯왕 역할을 김영주 배우가,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과 <패왕별희>에서 여자역할을 김준수 배우가 열연한 바가 있어요.

또한 최근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작품은 메인 캐릭터의 더블캐스팅을 성별구분 초월한 캐릭터 자체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했었죠. (같은 캐릭터인데 더블 캐스트로 남/여 교차 진행)

이러한 젠더프리 캐스팅과 유사한 공연이 70년 전, 한국해방과 전쟁통 안에서도 엄청난 히트를 쳤는데요. 이는 바로 창, 연희, 춤이 섞인 한국 전통 뮤지컬의 시초‘여성국극’이라는 장르의 등장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온전히 여성배우로만 이루어진 극 장르로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남성의 역할도 여성배우가 소화하며 대중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었습니다. (대표작: 옥중화, 햇님달님, 무영탑, 선화공주 등등)

해방직후의 대한민국 상황(1948년)은 대한민국의 수립과 함께 여성들에게도 참정권이 주어지고 당시 세계사적 조류에서 여성의 해방이념은 일반적이게 되었는데 그 해, UN은 '여성도 자유롭고 동등한 권리와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차별받지 않는다'라는 여성인권선언을 했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은 가부장적인 질서 안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남성 위주의 창극의 풍토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이념적 근거를 만들어 주었으며 여성국악인들은 여성들만의 창극 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성국극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어떠한 팬은 순회 공연을 따라다니느라 가출하거나 패물을 갖다 바치고, 배우를 납치까지 했다고 합니다. 2억 원을 들여 아예 극단을 차려주거나 남장스타를 가상의 남편으로 초청해 가상 결혼식까지 치른 팬들도 있었고, 심지어 혈서로 쓴 팬레터까지 보내어 요즘 ‘사생’이라고 불리는 형태의 원조격이지 않나싶네요😊

남장여자 배우와 가상결혼식 한 사진 자료

해방 이후, 과도기 시절 여성국극을 통해 '뭐든 될 수 있는' 여성배우들로 인해 관객들은 자신감과 해방감을 얻었습니다. 1948년 남성중심적인 국악원 문화의 불만으로 여성국악동호회로 출발하여 1950년대 큰 전성기를 맞았지만 1960년대부터 대중매체(TV, 영화 등)의 등장으로 전통공연예술계의 급속한 쇠락가부장제에 기반한 민족주의 확대로 여성국극은 여자끼리의 사이비 예술이라는 폄하를 받으며 정치적 배제를 당했습니다. 이후, 여럿 배우들이 결혼과 출산을 강요받아 국극을 떠나고 여성 국극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최근에 들어서 여성국극을 주제로 다양한 작업을 이어온 현대 미술가 정은영은 기본의 이분법적인 젠더 개념을 흔들고, 성 소수자들과 공동 작업한 <변칙 판타지>(2016)로 논의를 확장해나갔는데요. 특히 그는 “현대미술의 형태를 빌어 사라져 가고 있는 전통예술을 다룬다는 점, 성 정체성의 위치를 무대 형식의 예술로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는 심사평과 함께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고, 국립정동극장 정동마루에서 공연된 <드랙X여성국극>(2019) 역시 드랙킹의 드랙행위를 통해 여성국극을 재현하며 여성의 해방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21세기 들어오면서 야금야금 시도되었던 젠더프리 캐스팅, 이것이 하나의 유행하는 장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시대적의 틀에박힌 ‘기존성’에 도전과 물음을 던지고, 새롭고 폭넓은 예술적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해방직후의 여성국극은 현대사회만큼이나마 깊게 논의된 젠더프리는 아니였지만 그 시절 남자역도 여자배우가 매력적으로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도 해방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해방감을 충분히 안겨주었습니다.

한국전통예술은 어느 시대 보다 앞서가고 깨어있었던 것 같아 새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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