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음악생활

유학, 선택이 아닌 필수일까?

유학에 관련한 고민이 많은 청춘에게 바치는 글

3년 전|Harrison

🛫 유학, 꼭 가야만 하는 걸까요?

❓ '음악 전공하면 나중에 유학 가는 거지?' '유학은 어디로 갈 거야?'

여러분은 이러한 질문을 받아보신 적이 있나요? 음악인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질문이죠. 상당수의 음악인이 고민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음악 전공자에게 유학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인식이 굳어져 있고, 실제로도 많은 음악인이 유학을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음악인은 왜 유학을 가는 것일까요? 음악인이라면 꼭 유학을 가야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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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음악인은 왜 유학을 갈까?🤔
2. 🏤기술의 발달로 인한 교육 환경의 변화
3. 📉유학이 주는 이익과 희소가치 감소
4. 📈한국 음악 교육의 성장과 인식의 개선
5. 생각보다 작은 음악 시장
6. 단순 지식, 그 이상의 무언가
7.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학벌주의 사회😥
8. 어쨌든, 서양음악이니까
9.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해?

1. 음악인은 왜 유학을 갈까?🤔

과거에는 음악 전공자에게 유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어요. 팝이나 영화, 광고, 드라마, 종교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대다수의 음악은 서양 음악에 그 뿌리를 두고 있어요. 또한,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음악 교육과정 전반은 서양 음악을 기본 토대로 가르치고 있고요. 때문에 국악을 전공한 것이 아닌 이상, 한국에서 음악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려면 음악의 본고장인 서양으로 유학을 다녀오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유학을 가는 사람이 점차 감소하고 있어요. 유학을 꼭 가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거든요. 아래의 표를 보면 한국인 유학생 수는 2011년에 정점을 찍은 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예요. 이와 비례하여 음악을 전공자 중에서도 유학을 가는 경우가 과거와 비교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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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고등교육기관 한국인 유학생 통계, 출처: 교육부)


음악 전공자에게 유학을 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정작 유학을 선택하는 비율은 줄어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낱낱이 파헤쳐보도록 합시다. 🔍

2. 🏤기술의 발달로 인한 교육 환경의 변화

과거에는 음악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방법이 매우 열악했어요. 제대로 된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나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았고, 음악을 감상하는 것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이에 갈증을 느낀 지식인들은 음악이 활발하게 작곡, 연주되는 해외로 떠났습니다. 그들은 음악이 활발하게 살아 숨 쉬는 곳에서 다양한 지식과 문물을 몸소 습득했습니다. 그렇게 외국물(?)을 먹고 성장한 유학생들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자신들이 듣고 배운 것을 널리 퍼뜨리며 후배 음악가를 양성하는 데에 힘썼습니다. 즉 유학의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는 외국의 신문물을 습득하여 우리 사회에 널리 이롭게 전파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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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거에 비해 세상은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었습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검색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어요. 심지어 수준급의 연주와 무대로 말이죠. 우리는 원하는 음악을 시공간의 제약 없이 들을 수 있고, 원하는 악보가 있다면 인터넷에서 저렴한 가격에 바로 다운받을 수 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SNS로 연락을 하거나 친분을 쌓을 수도 있죠. 전문적인 지식 또한 충분하다 못해 넘치고 넘쳐나고 있어요. 이제는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이 아니어도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기사처럼 유튜브로 창 던지기를 독학해서 금메달을 따는 사례도 생겨나는 걸 보면, 정말 말 다 했죠!😏


['창던지기 금' 케냐 청년 "유튜브 보고 독학했어요"]


이렇듯 우리는 지식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가 아니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고민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는 음악 분야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음악 관련 주요 서적은 대부분 번역이 잘 되어있고요, 약간의 검색 능력과 영어 실력만 갖추고 있다면 구글링만으로도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습득할 수 있죠.
또한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원하는 수업을 듣고, 실시간으로 소통하기가 쉬워졌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라는 펜데믹 상황이 이러한 온라인 비대면 수업 방식을 가속하고 있죠. 이렇듯 우리는 상상 속에서나 그리던 첨단기술의 발전 덕분에 다양한 음악과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장벽이 낮아졌고, 이와 반대로 지식을 얻는 수단으로서의 유학은 그 매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어요.

3. 📉유학이 주는 이익과 희소가치 감소

위에서 다룬 것처럼 이제는 유학을 가지 않아도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얻을 수 있어요. 그 말인즉슨 유학을 통해 얻는 정보의 가치와 값어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유학은 여전히 많은 시간과 경비 등 큰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해요.
물론 유학을 선택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지출보다 크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유학이 과거의 위세만큼 명성을 떨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학은 더 이상 희소한 가치가 아니게 되었거든요. 과거에는 유학을 갈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사람이 정말 드물었고, 유학을 다녀온 사람은 더더욱 소수였어요. 때문에 유학을 갔다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메리트가 될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한국의 급격한 경제성장교육의 질적 향상은 유학의 문턱을 많이 낮추었습니다. 덕분에 과거에 비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유학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렇게 유학생의 수가 급증하고 이들이 우리 사회에 점차 축적되어감에 따라 이에 반비례하여 유학이 지닌 희소가치는 감소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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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다녀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유학의 희소가치는 감소한다.

4. 📈한국 음악 교육의 성장과 인식의 개선

과거, 열악했던 한국의 음악 교육도 많은 이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크게 성장했고 성장해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음악 교육이 세계적인 수준까지는 아닐지라도 수준급의 음악인을 배출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정도에 이르렀죠. 그래서 꼭 유학이 아닌 국내의 음악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인으로 활동하기에 부족함이 없어지고 있어요. 한국에서 음악 석박사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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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국내 학위만으로도 활동할 수 있는 음악 분야가 점차 많아지고 있고, 이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있어요. 몇몇 분야에서는 유학을 가서 공부해온 것보다 현장에서 습득한 경험을 선호하기도 하고, 학벌과 학위보다 훌륭한 연주나 수준 높은 포트폴리오 등 실력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점차 자리 잡고 있습니다.

5. 생각보다 작은 음악 시장

음악 전공자 중에서 오로지 음악 활동만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상위 0.01%가 아닌 이상 프로 수준의 작곡가나 프로듀서, 가수, 연주자 중에서도 상당수가 음악을 가르치거나, 유튜브를 하거나,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 등 음악으로 얻는 수익 이외의 겸업으로 생계를 이어나갑니다. 음악하는 사람은 음악 하려는 사람 덕분에 먹고 산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이러한 생계유지 방식이 잘못되었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만큼 음악만으로는 먹고 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대다수의 음악인이 이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모든 음악인이 음악으로 먹고 살기엔 음악 시장이 매우 작기 때문입니다. 음악인을 필요로 하는 시장은 매우 작지만, 그에 비해 음악인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예컨대 생계유지가 가능한 국내 프로 교향악단을 넉넉히 100개 정도로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교향악단에 필요한 플루티스트의 수도 넉넉잡아 3~400명 정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전국의 음대에서는 매년 약 200명 정도의 플루트 전공자가 사회에 배출됩니다. 하지만 교향악단은 매년 새로운 플루티스트가 필요하지 않아요. 한 교향악단에서 기껏해야 5년에 한 명 정도의 새로운 플루티스트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이런 안타까운 이야기를 꺼내든 이유는 유학을 갔다 오더라도 먹고 살 방도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에요. 모든 직업군에서 음악 분야의 평균 학력이 가장 긴 것에 비해 평균 연봉은 가장 낮았다고 해요.😱 유학까지 가서 오래, 많이 공부해도 안정적으로 먹고 살 길이 보장되어있지는 않다는 뜻이죠. 물론 유학을 갔다 온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 더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유학을 선택함으로써 희생해야 할 큰 비용과 시간보다 얻는 이익이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유학을 포기합니다.


지금까지 유학을 가는 사람이 점차 줄어드는 이유를 살펴봤어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음악인이 유학을 선택한답니다. 그들이 유학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즘 시대에 유학이 주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6. 단순 지식, 그 이상의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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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고, 검색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모나리자를 만나볼 수 있어요. 뭐, 마음만 먹으면 모나리자의 짝퉁을 내 침대 맡에 걸어두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루브르 박물관에 방문합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매우 비효율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럼에도 사람들이 모나리자를 직접 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작품이 주는 생생한 현장감과 감동을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거예요.
마찬가지로 우리는 유학을 통해 단순한 지식을 얻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어서 유학을 선택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식은 검색으로도 얻을 수 있지만 생생한 현장감, 교육 환경이 달라짐에 따른 심리와 태도의 변화, 새로운 관점과 시야를 획득하는 등 유학이 제공하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경험은 지식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답니다. 실제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국내에선 상상할 수 없는 새롭고 참신한 예술 프로젝트와 막대한 지원, 다국적의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얻는 다양한 인맥과 그들의 신선한 관점, 우리보다 늘 한발 앞서나가는 최신 기술이나 유행 등을 먼저 접할 수 있어서 힘들고 외로운 유학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해요.

7.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학벌주의 사회😥

우리는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스펙 과포화 시대에 살고 있어요. 좋은 스펙을 가진 자가 유리한 것이 아니라 가지지 못한 사람이 뒤처졌다고 바라보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죠. 때문에 우리는 남들보다 더 잘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어요. 마음 아프지만, 음악 분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요.
물론 모든 음악 분야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대학 교육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유학으로 얻는 학위 한 줄은 기본 중의 기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와 경쟁 선상에 놓인 사람들은 모두 가지고 있는 스펙이기 때문에 나도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력서에 고작 한 줄 더 적기 위해 힘겨운 유학 생활을 견뎌내야만 했는가 싶다가도, 그것마저 없으면 아무 데도 설 자리가 없는 현실이 더 잔인한걸요.😱
때문에 앞서 말했던 것처럼 국내학위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은 전보다 많아졌지만, 어떠한 분야든 간에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앞서나가기 위해, 좋은 자리에 서기 위해선 더 좋은 스펙, 더 우월한 학력을 가져야만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8. 어쨌든, 서양음악이니까

만약 멕시코에 김치를 끝내주도록 맛있게 담그는 요리사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요리사는 한국에 와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독학으로 김장을 배웠다면, 과연 한국인들이 그의 김장 실력을 인정해줄까요? 아마 '에이, 멕시코 사람 입맛에 맞게 만들었겠지, 한국 스타일은 아닐 거야', '아마 고춧가루 대신 칠리를 넣었을지도 몰라' 등등 맛을 보기도 전에 선입견과 편견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클 거예요. 이와 마찬가지로 서양 음악을 제대로 하려면 당연히 음악의 본고장에 가서 직접 경험하고 배워야 한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이처럼 유학을 선택하는 현실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한국의 음악 시장이 서양 음악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교육 분야일수록 그러한 성향이 짙게 나타나요. 외국 학위가 없으면 아예 발을 디딜 수조차 없는 경우도 있을 정도예요.


이렇듯 유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과 더불어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유학을 필수 선택해야만 하는 경우도 함께 살펴보았어요.

9. ⚖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해?

유학에 관한 음악인의 다양한 입장과 견해를 알아보았습니다. 이 아티클에서 제공하는 관점은 극히 일부일 뿐, 이외에도 각자의 다양한 상황과 관점 등 무궁무진한 견해가 있을 거예요. 답이 없는 질문이죠.🙄

다만 음악인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은 유학에 관해 고민하거나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올 수도 있어요. 이번 아티클이 여러분의 선택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분의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네요. 어떠한 선택을 하든 간에,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모두가 후회하지 않는 음악인이 될 수 있길 바라며!!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