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전공하면서 우리는 전공하는 음악 장르를 깊이 공부하고, 자연스럽게 특정 장르의 음악을 많이 찾아 듣게 되어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깊이 즐겨듣는 음악 장르가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전공이나 취향을 넘어 직업으로서 음악을 대하게 되면서, 뮤지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가 평소에 잘 듣지 않는 음악', 하지만 '대중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수요가 있는 음악' '참고삼을 수 있는 퀄리티 높고 트렌디한 음악'을 의식적으로 찾아 들을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요. 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이어져 오는 음악의 거대한 흐름을 이해하고 따끈따끈한 현재의 트렌드를 섭렵하여 그로부터 미래의 음악을 통찰하고 나의 작업 방향을 정립하고픈 욕망도 생겨나죠. 🔥🔥🔥
이때 공신력 있는 음악 즉 여러 음악인들과 비평가들에 의해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은 음악이 첫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음악의 의미와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있느냐는 몇백 년 묵은 철학적 질문은 여전히 힘을 지니고 있어요. 그렇지만 음악에도 '트로트 열풍' '이날치의 반란' 등 그때그때의 이슈가 분명히 존재하고, 해마다의 이슈가 시상식이라는 형태로 아카이브되어 차곡차곡 쌓여 있다면, 매해 시상한 음악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음악의 흐름을 알고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겠죠?
그래서 한국대중음악상 요모조모 뜯어보기 시리즈 아티클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상 중 하나인 한국대중음악상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2004년부터 이어져 온 한국대중음악상은 '음악성'을 기준으로 시상하며 다양한 음악 장르를 다루기 때문에 한국대중음악의 흐름을 깊고 넓게 알기에 적합하거든요. 이번 (상) 편에서는 한국대중음악상이 어떤 상인지 알아보고, 역대 수상자(작) 목록을 네 시기로 나누어 살펴보고, 첫 번째 시기의 수상자(작) 중 주목할 만한 음악과 뮤지션을 소개해 드릴게요!
우리나라에는 골든디스크어워즈, 서울가요대상,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등 다양한 대중음악 시상식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한국대중음악상은 음원 성적이나 해외 진출 실적 등 '상업성'이 아니라 오로지 '음악성'을 기준으로 시상하는 점이 다른 시상식과 차별화되는 점이에요. 주류와 비주류를 가르지 않고 모든 음악을 공평하게 '음악성'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널리 인기를 얻지는 않은 인디씬 아티스트들이 수상의 기회를 얻는 것이 특징이에요.
주류와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장르를 세밀하게 분류하는 것도 한국대중음악상이 우리나라의 다른 대중음악 시상식과 다른 점이자 강점이에요. 우리나라의 또 다른 대중음악 시상식인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는 장르별 시상 부문이 댄스/보컬/밴드/힙합&어반 뮤직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음악의 장르로 분류하기보다는 무대 퍼포먼스 및 주류 대중음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죠.
한편 골든디스크어워즈는 R&B 힙합/트로트/발라드 등으로 장르를 분류하지만 대중음악의 모든 장르 특히 마이너한 분야의 장르까지는 포용하지는 않고 있어요.
반면 비주류 음악 장르까지 시상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은, 매해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고 최종 수상한 음악만 감상해도 장르별로 두각을 나타낸 음악들을 웬만큼은 접할 수 있답니다.
한국대중음악상 홈페이지
한국대중음악상은 2004년 제1회 시상식을 시작으로 2021년 제18회 시상식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2월에 시상후보를 공개하고 3월에 최종수상자를 발표해요. 수상 부문은 다음과 같아요.
물론 여느 시상식이 그러하듯 한국대중음악상 역시 시상이라는 시스템 자체의 한계는 존재하고 비판도 받고 있어요. '심사위원들이 한 해 동안 발매된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느냐? 심사위원들이 듣지 못한 음악은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없는 것 아니냐?'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견해와 취향이 선정과정에 개입하지 않느냐? 그렇다면 그 결과는 불공정하지 않겠느냐?' 등 여러 갑론을박이 있어왔죠. 여러 후보들 중 의미 있는 것들을 뽑아내어 추리는 과정에서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예요. 그렇지만 다수의 심사위원들이 서로의 주관을 공유하며 교집합을 찾아내어 공정성을 확보하는 작업을 통해, 문제의 소지를 최대한 줄이면서 시상식의 의미와 가치를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한국대중음악상이 여러 세부 음악 장르를 시상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늘 존재감이 있어왔고 최근 들어 여러 방송과 뮤지션들을 통해 대중에게 더욱 영향력을 키워가는 트로트 장르가 시상 분야로서 독립되어 있지 않은 점도 아쉬운 점이에요. 주류와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음악 장르를 포용하고자 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의 취지에 걸맞게 트로트 장르를 신설하면 어떨까도 생각해봅니다.
그렇다면 2004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대중음악상에 어떤 음악들이 선정되었는지 들으러 갈까요?🎧
장장 17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후보에 오르고 수상에까지 이른 음악들이 아득하게도 차곡차곡 쌓여 왔기에,
한국대중음악상의 역사를 네 시기로 나누어 살펴보려 해요.
와, 그림에는 종합분야 수상작만 모았는데도 어마어마한 양이죠? 이번 아티클에서는 네 개의 시기 중 첫 번째 시기 주목할 만한 음악과 뮤지션을 소개할 거예요. 나머지 세 시기에 관해서는 (하)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출발~
우리의 기억을 2000년대 초중반 유년 시절로 돌이켜봅시다.
아이돌 음악의 효시는 19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이라 할 수 있어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서태지와 아이들을 기점으로 10대의 음악적 기호가 발라드에서 댄스로 전향했고, 신나는 댄스 음악과 흥겨운 춤이 어우러지는 아이돌 음악이 흥성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었다고 해요.
1990년대 후반부터 H.O.T., god, 신화, 젝스키스, 핑클, S.E.S. 등
아이돌 1세대라 불리는 보이그룹 걸그룹 포맷의 아이돌이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2000년대에는 보아에서 아이유, 동방신기에서 소녀시대까지 여러 솔로, 그룹 아이돌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고요.
아이돌 음악이 대세를 이루던 이 시기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어떤 음악에 힘을 실어주었을까요? 종합분야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상인 '올해의 음반'과 '올해의 노래'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대체로 록 장르가 강세라는 점을 알 수 있어요.
아이돌로 대표되는 댄스 음악이 뜨기 전까지 록은 포크, 트로트와 함께 한국 대중가요를 떠받치는 기둥이었어요. '록의 대부' 신중현을 비롯하여 산울림, 들국화, 시나위 등 기라성같은 밴드들이 한국의 대중음악과 록 음악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죠.
록은 인디씬에서 오랫동안 가장 주류인 장르로서 많은 밴드와 뮤지션 그리고 음악을 배출했고, 한국대중음악상 초기에 록 음악이 우위를 차지한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일 거예요. 올해의 음반에 선정된 더더밴드 4집 '더더밴드' (2004), 마이앤트메리의 'Just Pop' (2005), 올해의 노래에 선정된 러브홀릭의 '러브홀릭' (2004), 윤도현의 '사랑했나봐' (2006), 이적의 '다행이다' (2008) 등이 있죠.
그런데 특이하게도 2006년에는 크로스오버, 퓨전 밴드인 두번째달의 데뷔앨범 [두번째달]이 올해의 음반에 선정되었답니다. 심사위원 박은석은 이 앨범을 "2005년 한국 대중음악계가 배태한 가장 도발적이고 용감한 작품의 지위를 스스로 획득하였다"고 평했어요.
이나영 주연의 인기 TV드라마 [아일랜드]에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서쪽 하늘에'가 삽입되면서, 당시 대중음악계 토양에서는 흥행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던 두번째달이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해요.
이후로도 두번째달은 캘틱 민요 등 세계 각국의 민속 음악을 재해석하여 만들어내는 두번째달만의 음악 색깔로 [불량가족], [궁] 등 TV드라마의 OST를 작업하며 대중들에게 친근한 뮤지션이 되었죠.
이 시기 특별히 주목하고 싶은 음악은 2007년 올해의 노래 부문에 선정된 이한철의 '슈퍼스타'에요.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너만의 살아가야 할 이유 그게 무엇이 됐든 후회 없이만 산다면 그것이 슈퍼스타..." 마치 캠페인송처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닿을 수 있는 노랫말이죠.
'슈퍼스타'가 어릴 적 추억을 자극하면서도 생경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요즘의 대중음악에서 공동체 전체를 대상으로 가사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요즘은 '슈퍼스타'처럼 모두에게 단순하고 명쾌한 문장으로 꿈과 희망과 긍정적 에너지를
전파하기보다는, 독백하듯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거나 뮤지션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참신하고 이색적인 표현을 가사로 전하려는 듯해요.
2007년은 2021년에 비해 공동체 의식이 아직은 더 남아 있던 시대였을까요? 그리고 미래를 비관하기보다는 희망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아직은 더 컸던 걸까요?
한국대중음악상은 이후 우리나라 음악을 이끄는 주역이 될 인물들을 주목하기도 했어요. 대표적인 예로 2004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부문에 선정된 정재일이 있죠.
정재일.. 정재일... 익숙한 이름이지 않나요? 이 정재일이 바로 2020년 초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영화 [기생충](봉준호 연출)의 음악감독 정재일이랍니다.
이동연 선정위원은 "21살의 나이로는 믿어지지 않는 음악적 완성도와 진지한 음악적 태도"라 평하며 "그의 음악 세계가 계속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했는데요, 그야말로 한국대중음악상의 미래안이 발휘된 순간이라 할 수 있겠죠.
같은 해 최우수 크로스오버-음반 부문에는 나윤선의 [DOWN BY LOVE]가 선정되었어요. 성우진 선정위원은 심사평에서 "우리 재즈계의 대표적인 아티스트가 될 것 같은 기대감이 드는 데다가 작년 그래미 시상식에서의 노라 존스 같은 영광도 가능하지 않을지..."라 썼는데, 역시나 미래안이 발동했네요.
이후 나윤선은 2009년 [Voyage], 2011년 [Same Girl], 2014년 [Lento]로 총 네 번이나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음반 부문에서 수상했어요.
[Lento]의 심사평에서 서정민갑 선정위원은 "나윤선은 이제 한국 재즈 보컬리스트 가운데 가장 우뚝한 봉우리이며, 그 위용은 단지 한국에서만 빛나지 않는다. (...) 우리는 기본의 가치를 꿋꿋이 지켜내는 이를 가리켜 대가라 했던가. 이제 나윤선의 이름을 더할 때다."라 극찬했어요.
이쯤 되면 미래 음악의 주역들을 콕콕 집어내는 한국대중음악상에 미래를 내다보는 비밀병기라도 있는 게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이 드네요.🤔
지금까지 한국대중음악상을 요모조모 뜯어보며 네 시기 중 첫 번째 시기의 음악들을 살펴보았어요. 하지만 이 아티클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음악들이 많고, 수상작뿐 아니라 후보작까지 생각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불어나죠.
Estel은 이번 아티클을 준비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정말 많은 음악인들이 치열하게 음악을 만들어 왔고 만들어 가는구나. 음악은 선배의 어깨 위에서 후배가 다음 선배가 되는 과정이구나..."
극소수를 제외하면 음악인들에게 안정적인 경제적 활동이 보장되는 경우가 없다시피 한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정진하며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그려나가는
뮤지션들에게 새삼 감동받았답니다.
다음 아티클에서는 두 번째 시기부터 네 번째 시기까지의 음악들을 다룰 거예요. 점점 더 우리의 현재와 가까워지겠죠? 한층 더 재미있고 생생한 아티클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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