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넓얕

🤑가요 하나만 히트하면 평생 먹고살 수 있을까?

작곡가의 수익 전격 해부!

3년 전|Harrison

히트 작곡가가 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필자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습니다. '저는 작곡가예요!'라고 온 세상에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지만, 간혹 누군가에게 제 전공을 소개할 때가 있죠.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곡 하나만 히트 치면 평생 놀고먹겠네!'

이처럼 작곡가는 곡 하나만 히트 치면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자면 박찬호 선수가 야구공을 잘 던진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프로 골퍼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작곡도 광고·영화·애니메이션 등등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곡을 잘 쓴다고 해서 히트 작곡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작곡하는 지인이 있다면 히트곡 좀 써보라고 재촉하지 마세요!!).

하지만 정말 만에 하나, 제가 온 국민이 듣고 부르는 노래를 만들었다고 상상해보겠습니다. 벌써 돈방석에 앉을 생각에 군침이 도는군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렇다더라는 소문만 무성히 들었지, 진위를 파악해본 적이 없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과연 히트곡 작곡가가 되면 정말로 부자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목차
히트 작곡가가 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keyword 1: 🎧감상 방법에 따른 음악의 가격 변화
keyword 2: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다
keyword 3: ⏳짧아진 유행 주기
keyword 4: 🤩수익 창출의 다양화
👋마무리하며

그래서 오늘은 우리의 궁금증 해결을 도와주실 JY와 DA, 가상의 두 작곡가를 모셔보았습니다. JY씨는 8~90년대에 활동하며 히트곡을 쏟아낸 작곡가이시고요, DA씨는 현업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계신 작곡가이십니다. 두 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과연 히트곡을 쓴 작곡가는 정말 부자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Harrison: 안녕하세요 작곡가 선생님.

JY, DA: 안녕하세요.

Harrison: 이렇게 만나 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오늘 두 분을 이 자리에 모시게 된 건 아시다시피 온 국민이 들어봤을 법한 곡을 만든 히트 작곡가여서입니다. 많은 분이 히트 작곡가가 되면 정말로 부자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래서 두 분이 히트곡을 만드셨을 때의 상황이나 배경, 괜찮다면 히트곡으로 얼마나 버셨을지 등을 질문드리고자 합니다.

keyword 1: 🎧감상 방법에 따른 음악의 가격 변화

Harrison: 먼저 JY씨에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JY씨가 작곡을 하던 시절에는 작곡가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요?

JY: 제가 작곡을 하던 시절엔 LP나 CD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콘서트에 가거나 라디오로 들었어야 했고요. 그래서 작곡가들에겐 음반 판매가 주 수익원이었습니다.

Harrison: LP와 CD로 음악을 듣는다니, 저로선 상상이 잘 되진 않네요. 그 당시 LP나 CD의 가격이 얼마 정도였는지 기억하시나요?

JY: 제 기억으론 8~90년대 즈음에 LP가 3~4천 원, CD가 8천~1만 원 정도 했던 거 같습니다.

Harrison: 그 시절 물가를 생각한다면 저렴한 가격은 아니네요. 그럼 그 당시 히트한 앨범은 보통 몇 개나 팔렸었나요?

JY: 히트친 앨범은 적어도 100만 장 이상 팔리곤 했습니다.

DA: 100만 장이요? 실화입니까? 요즘엔 10만 장만 팔아도 대박인데.

JY: 그땐 앨범을 구매한다는 것이 음악을 듣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으니까요.

Harrison: JY께써 말씀하신 것처럼 음악을 듣는 방법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앨범 판매량이군요. 앨범 1장당 1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100만 장이 팔리면 약 10억 원 정도의 수익을 추산해볼 수 있겠네요. 말씀하신 김에 제가 각 년도 별로 앨범을 가장 많이 판매한 한국 솔로 가수와 앨범 판매량을 조사해왔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90년대에는 그해에 가장 히트한 앨범의 경우 200만 장도 넘게 판매를 했네요.

1998~2013 남녀 솔로 가수 앨범 판매량

DA: 저거 보세요. 제가 작곡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선 고작 1~20만 장이 팔려요. 내가 20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건물주가 될 수 있었을텐데, 억울하네요.

JY: 말이 10억이지, 그게 다 내 돈도 아니니까요. 그리고 해적판 앨범이 판쳐서 얼마나 골머리 아팠는지 몰라요.

Harrison: 방금 말씀하신 해적판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JY: 그땐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잘 없다 보니까 음반을 불법 복제하고 파는 게 잘못됐다는 인식이 없었어요. 그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아직도 트로트 틀어놓고 CD 파시는 분들 있잖아요. 그런 판매가 흔했죠. 또 해적판이 훨씬 저렴하니까 소비자도 굳이 비싼 정품을 사려고 하지 않았고요.

DA: 지금은 인터넷에서 공짜로 다운로드받는 세상이에요. 저작권에 인식이 달라져봤자죠.

Harrison: 다 각자의 방식과 어려움이 있는 거죠. 말 나온 김에 DA씨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앨범 판매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정말 많이 저조한데, 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알고 계시나요?

DA: 요즘에 누가 CD를 돈 주고 사요. 요즘 앨범은 홍보나 소장용으로 내는 거예요. 저도 제가 작곡한 앨범을 갖고는 있지만 CD 플레이어가 없어서 비닐도 안 뜯었어요. 아이돌 극성팬들이 '내 아이돌 앨범 판매량 1등 만들어주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앨범을 사들이는 거 아니고서는 (앨범 제작은) 거의 무조건 적자라고 보면 돼요. 제작사도 사람들이 CD엔 관심이 없으니까 사진이나 끼워서 파는 거죠.

Harrison: 오늘날의 앨범은 수익을 내는 수단이 아니라 홍보용이고, 애초에 만드는 순간부터 적자라는 거네요. 그래서 요즈음엔 CD 대신 USB로 된 앨범을 내기도 하는데, 이것이 음반 판매에 도움이 되진 않나요?

DA: USB도 똑같아요. 이게(앨범을) 뭐로 만드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애초에 앨범을 안 사니까요. Harrison씨는 음악 들으려면 앨범 사요?

Harrison: 아뇨, 사실 저도 앨범을 돈 주고 사본 적은 없는 거 같네요. 그럼 요즘 작곡가는 앨범 판매 수익이 아니라면 어떠한 방법으로 수익을 내고 있나요?

DA: 요즘은 음반이 아니라 음원 판매가 주 수익원입니다.

Harrison: 음반과 음원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DA: 음반은 아이템? 물건? 같은 게 있으면 음반이고, 컴퓨터나 핸드폰같이 무형?으로 있는 걸 음원이라 합니다.

Harrison: 네, 설명 감사합니다. 정리하면 CD나 LP처럼 물리적인 장치를 음반, MP3 파일이나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은 디지털 방식을 음원이라고 하는군요.

음반과 음원

DA: 음원을 팔게 된 뒤로부터는 (작곡가들의) 벌이가 많이 줄었어요. 아까 JY씨가 말씀하신 거처럼 CD 하나에 1만 원이고 8곡 정도 들어 있다고 가정하면 곡 당...음...

Harrison: 곡당 1250원 정도네요.

DA: 아 네네 그렇죠, 음반으로 음악을 팔면 곡 하나에 적어도 900원쯤 한단 말이죠? 근데 인터넷에서 돈 주고 음원 하나 다운로드해봐요, 600원밖에 안 하잖아요. 요즘엔 통신사 할인이니 묶음 판매니 온갖 방법으로 할인해서 팔아서 더 싸요. 나도 다운로드 안 해서 얼마인지는 몰라요. 아무튼, 음원 하나의 가격이 예전에 비하면 반값도 안 되는 거죠.

그리고 앨범 팔던 시절엔 곡 하나만 듣고 싶어도 무조건 앨범을 사야 하잖아요. 앨범 하나를 팔면 한 번에 10곡을 파는 거예요. 그 앨범 안에 있는 다른 곡이 좋든 싫든 소비자는 선택권이 없죠. 근데 음원을 다운로드받는 세상에선 팬이 아니고서야 누가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을 전부 사서 듣겠습니까. 좋아하고 듣고 싶은 곡만 골라서 다운로드받으니 돈이 더 안 되죠.

제작사가 정규 앨범을 예전만큼 많이 안 내는 이유도 잘 만든 한 곡만 (디지털) 싱글로 내놓는 거예요. 정규 앨범을 내면 타이틀 곡 외에 나머지는 묻히기 일쑤인데, 어차피 곡 만드는 비용은 (타이틀이나 나머지 곡이나) 비슷하니까 굳이 돈 낭비 안 하려는 거죠. 그럼 음반도 안 만들어도 되고.

Harrison: 음악 판매 방식의 변화가 작곡가 입장에서는 또 다른 관점으로 다가오는군요. 흥미롭네요.

(전 세계 음악 시장 추이 및 전망, 출처: global entertainment and media outlook 2014-2018)

전 세계의 음반 시장은 점점 축소되는 추세이며, 디지털 음원 시장 비중이 음반 시장 비중을 추월했다.

📰더 알아보자
2000년대 이후로 음악 시장이 디지털화되어감에 따라 음반 시장의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1999년에 252억 달러(약 28조1000억 원)였던 세계 음반 산업 매출이 2008년에 이르러서는 167억 달러(약 18조6000억 원)로 폭삭 줄어들었죠. 음반 산업의 매출은 현재도 계속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keyword 1: 감상 방법에 따른 음악의 가격 변화 요약
- 디지털화됨에 따라 음반에서 음원으로의 음악 소비 방식 변화
- 음반일 때보다 음원을 팔 때의 가격이 더 저렴해짐
- 음원 소비가 주를 이루면서 작곡가의 수익 감소

keyword 2: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다

Harrison: 두 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음악 소비 방식이 변하면서 작곡가의 수익 창출 방법도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이에 따라 수익에도 자연스레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고요.

JY: 옛날이 (돈을 벌기에) 더 좋았던 것처럼 말하는데, 꼭 그렇지 않아요. CD를 팔면 개당 곡 가격이 900~1200원이라고 했잖아요. 그게 어떻게 그대로 작곡가 수익일 수 있겠습니까. 음반은 마진이 정말 적어요.

Harrison: 그럼 CD 하나를 판매했을 때 작곡가에게 분배되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요?

JY: 이 실물 앨범을 만드는 비용이 꽤 크거든요. 음반 하나에 포함된 가격엔 CD 제작, CD 라벨과 앨범 디자인 제작, 마케팅과 홍보, 도소매 여러 유통 과정 등 돈 나가는 일이 많아요. 앨범 가격이 12000원 정도라고 했을 때 원가가 8000~10000원 정도예요. 여기서 순수익을 소매상과 가수, 소속사 등과 분배하고 나면 작곡가에게 돌아가는 최종적인 수익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리고 요즘은 음반을 만들면 적자라고 했지만, 그래서 그리 많이 만들지도 않잖아요. 그니까 음악이 디지털화되면서 음반이라는 유형물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오프라인 비용이 많이 줄었으니 그에 비례하여 음원의 가격도 저렴해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DA: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 게, 디지털 음원에도 유통 비용이 엄청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유통이 단순해졌을 뿐이지 유통사에서 많이 가져가는 건 다르지 않습니다.

Harrison: 디지털 음원 시대에서도 유통 비용이 크다는 게 감이 잘 오지 않는데요.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유통이란 물건을 보관하거나 배달하면서 드는 비용이잖아요, 그런데 무형의 디지털 음원에 어떠한 유통 비용이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DA: 흔히들 알고 있는 멜론이나 벅스 같은 곳이 유통사예요. 음원 하나가 온라인에서 팔리면 유통사가 40% 정도를 떼어가고요, 그다음에 제작사(SM, YG 등)에서 45% 정도를 떼어가요. 창작자한테 떨어지는 건 10%밖에 안 되는데, 그걸 가지고 작곡, 작사, 편곡가가 나누어 먹는 거죠.

음원 스트리밍 수익 분배율

Harrison: 놀랍네요. 유통사와 제작사가 (수익을) 다 가져가고 나면 남는 게 없겠군요. 600원짜리 음원 하나를 팔면 그중 10%인 60원을, 그것도 작곡·작사가가 나누어 가지는데요,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건 조금 부당한 처우 같네요.

DA: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데요, 음원을 돈 주고 샀을 때 60원을 나누어 갖는 거죠. 안타깝게도 요즘엔 아무도 음원을 돈 주고 사서 듣지 않으니까요.

Harrison: 그렇네요. 요즘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들으니까요. 그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분배되는 수익은 얼마나 되나요?

DA: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음악이 한 번 재생될 때의 수익이 약 7원입니다. 저한테는 한 번 재생되면 보통 0.15원쯤 들어옵니다.

Harrison: 0.15원이요??? 돈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금액이네요. 그럼 100만 번 재생되어도 15만 원 남짓한 수익인 건가요?

DA: 그렇죠. (음원 수익 비율을) 이미 한 번 개정한 건데도 이 정도예요.

Harrison: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작곡가의 저작권 수익은 장범준 씨의 '벚꽃 엔딩' 같은 것을 떠올리잖아요. 벚꽃 연금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벚꽃 엔딩' 한 곡만으로도 매년 봄마다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럼 장범준 씨는 티끌 모아 태산 격으로 수익을 내는 건가요?

DA: 하... 저도 그런 얘기 정말 많이 듣거든요. 너 엄청 많이 벌면서 배부른 소리 하는 거 아니냐고. 장범준 씨 같은 경우는 작곡, 작사도 본인이 혼자서 다 하고, 노래도 본인이 부르고, 본인이 소속사((주)버스커버스커) 대표예요. 혼자서 모든 수익(제작, 실연, 저작권)을 다 가져가니 작곡만 하는 사람보다 최소 10배는 더 벌죠. 그런 만능 엔터테이너가 한국에 몇이나 있겠어요.

음원 스트리밍 수익 구조(2020년 개정)

Harrison: 상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DA씨에게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요, 스트리밍으로 한 번 재생될 때 DA씨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0.15원이라고 말씀하셨었잖아요. 저작권자의 수익이 0.6원 정도이고 이를 작사가랑 반씩 나누어 가진다고 하면 적어도 0.3원은 되어야 할 텐데, 0.15원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모르는 부당한 착취가 있는 건 아니겠죠?

DA: 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저 혼자 작곡한 게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저랑 팀으로 일하는 작곡가 동료와 (저작권) 수익을 나눠 가지니까요.

Harrison: 작곡을 여러 명이 같이 한다.. 작곡은 보통 혼자서 한다는 인식이 박혀있어서 그런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네요.

DA: 예전엔 혼자서 작곡, 작사를 다 하는 게 흔했거든요. 근데 요즘은 하나의 앨범에만 해도 수십 명의 창작자가 달라붙어요. 이해하기 쉬우라고 제가 이문세 4집과 EXO 4집의 앨범 제작에 참여한 작곡, 작사가를 정리해왔어요. 한 번 비교해보세요.

이문세 4집(1987)과 엑소(EXO) 4집(2017) 앨범 제작에 참여한 작곡, 작사, 편곡가 비교

Harrison: 굳이 세어보지 않아도 될 만큼 엄청난 차이가 있네요. 멍청한 질문이지만 참여한 사람이 많다고 해서 수익이 더 많은 건 아니겠지요?

DA: 그렇죠ㅋㅋ 그 얼마 안 되는 수익을 작곡한 마디 수만큼, 작사한 음절 개수만큼 정확하게 따져서 나누어 가집니다.

DA: 네 맞습니다. 참 스트리밍 시장이 애증인 게, 불법 다운로드가 판을 칠 때는 돈이 너무 안 돼서 작곡 때려치고 다른 일을 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근데 죽어가던 음악 시장을 구제해준 것도 스트리밍이고, 창작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스트리밍이에요.

JY: 제 사고방식이 구닥다리여서 그런진 모르겠는데요, 저작권 수익이 그렇게나 적은 데 굳이 작곡을 팀으로 하면서 수익을 쪼갤 필요가 있을까요? 예시로 든 EXO 같은 경우엔 큰 기획사의 아이돌이다 보니 창작자가 많은 게 이상하지 않지만, 발라드나 트로트, 힙합 같은 장르는 아직도 작곡가 혼자서 작곡, 편곡을 다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실 DA씨도 혼자 곡 쓰고 트랙도 만드는 게 본인의 능력상 그리 어려운 건 아닐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DA: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돌 음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창작자가 많이 투입된 것도 맞긴 하는데요, 요즘엔 다른 장르에서도 팀을 만드는 게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Harrison: 작곡 팀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DA: 일단 제작사에서 그렇게 (팀으로 작곡)하길 원해요. 작곡가가 많을수록 더 좋은 곡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더 알아보자 notthatmuch 한국의 히트 작곡가인 블랙아이드필승은 자신의 저작권 수익을 일부 밝힌 바 있습니다. 그가 작곡한 트와이스의 'Cheer up'은 2016년 멜론과 엠넷닷컴 연간음원차트, 가온차트 디지털 종합 1위를 했고, 그해 모든 시상식에서 음원 부분 최고상을 받았으며, TOP10에 17주 타이기록을 세우는 등 2016년을 대표하는 히트곡입니다. 그 곡으로 그가 벌어들인 저작권 수익이 벤츠 S클래스 정도(1억 3천~2억 원)라고 하는데요, 일반인 기준에선 절대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엄청난 히트곡을 쓴 것 치고는 수익이 많은 편은 아니죠.

keyword 3: ⏳짧아진 유행 주기

Harrison: 한 번 히트했다고 해서 그 음악이 무한한 돈을 벌어다 주는 건 아니군요. 그럼 히트가 유지되는 기간이 중요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그 기간이 어느 정도 될까요?

JY: 제가 히트친 곡들은 길어야 두세 달 정도였습니다. 확실하지 않지만 들은 바론 1920~30년대 히트곡은 유행 기간이 1~2년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히트 작곡가가 돈을 잘 번다는 속설은 그 시절에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최신 유행가보다는 자신들이 어렸을 때 즐겨듣던 곡을 선호하더라고요. 그런 분들 덕분에 옛날 음악 중에서도 저작권 수익이 조금씩 꾸준히 들어오곤 합니다.

Harrison: 오 맞아요, 저도 공감해요. 옛날 음악을 들으면 그 시절의 정취도 떠오르면서 향수에 빠진다고 할까나요. 요즘 음악보단 옛날 음악이 더 좋다는 사람들도 많고요.

DA: 저도 좋은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매우 안타깝게도 지금은 유행이 더 짧아졌어요. 방탄소년단이나 아이유 정도의 거물급(?) 가수도 지이이인짜 길어야 한 달 정도 1위를 유지해요. 매일 새로운 곡이 쏟아져나와서 1위를 밀어내고, 금방 잊히곤 하죠.

Harrison: 음악의 유행이 해를 거듭할수록 짧아지고 있군요. 그에 따라 작곡가가 돈 버는 시기도 그만큼 짧아질 수밖에 없겠네요. 유행이 짧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DA: 아까 음반에서 음원 시장으로 바뀌면서 정규 앨범보다는 디지털 싱글이나 미니 앨범을 많이 만든다고 말씀드렸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수의 컴백 시기도 짧아지는 거예요. 정규 앨범 하나 만들려면 준비 기간이 긴데, 싱글로 만들면 금방금방 컴백할 수가 있죠. 모든 가수의 컴백 주기가 짧아지면 그만큼 유행도 짧아지고, 사람들도 짧은 유행에 점점 익숙해져서 계속 새로운 음악을 찾게 되고요.

Harrison: 작곡가 입장에선 곡도 그만큼 자주 써야겠네요.

DA: 아 맞아요, 그게 바로 팀으로 작곡하는 다른 이유예요. 새로운 곡을 쉼 없이 써야 해요. 혼자서는 그 양을 감당할 수 없으니 각자의 장점을 살린 분업을 하는 거죠. 유행도 짧아진 만큼 도태되고 싶지 않으면 작곡가들은 새로 유행하는 장르와 스타일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해요. 조금만 (유행에서) 늦어지면 올드하다고 버려지기 일쑤니까요. 제가 아는 작곡가 선배 중엔 (작곡해서) 먹고 살기에 더럽고 힘들다고 프로듀싱만 참여하거나 퍼블리싱으로 전향하신 분들도 있어요.

📰더 알아보자
유행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건 비단 한국의 상황만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의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죠. 아래의 표는 빌보드 차트에서 순위가 가장 크게 하락한 곡들인데요, 변동 순위가 큰 곡 대다수가 최신곡이네요. 유행 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다른 곡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순위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추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순위가 가장 크게 하락한 곡들(빌보드 핫 100)

📌keyword 3: 짧아진 유행 주기 요약
- 음반에서 음원 시장으로 바뀜에 따라 디지털 싱글이나 미니 앨범의 제작 증가
- 곡을 내는 주기가 짧아지면서 가수의 컴백이 잦아지고, 유행의 주기 또한 짧아짐

keyword 4: 🤩수익 창출의 다양화

Harrison: DA씨를 통해 요즘 작곡가가 먹고살기 참 힘들다는 이야기를 매우 구체적으로 들었습니다. 히트 작곡가가 된다고 해서 부자가 되기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데요, 정말 일말의 희망도 없나요?

DA: 작곡가의 수익이 오로지 음원에만 국한되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언제 어디서든 제 곡이 쓰일 때마다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음원 말고도 다양한 수익 창출이 있긴 합니다.

Harrison: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DA: 우선 공연 수익도 조금 들어오는 편이고요. 발라드나 댄스 음악 장르는 노래방 수익도 꽤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엔 코인 노래방이 유행해서 한창 벌었다고 하더라고요.

Harrison: 일단 음악이 소비되는 곳이라면 돈이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JY: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작곡료가 있죠. 작곡가마다 편차는 있겠지만요.

JY: 구체적으로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한창 잘 나갈 때의 제 몸값은 좀 비쌌습니다.

DA: 저도 작곡료에 대해선 업계 비밀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리 많진 않아요. 그리고 저처럼 히트도 치고 업계에서 유명해져야 기획사 측에서 돈을 주고서 곡을 사지, 요즘엔 작곡료도 잘 안 주는 편이에요.

Harrison: 요즘엔 작곡료마저도 저렴하다 못해 없다니, 정말 파도 파도 끝이 없군요.

JY: 무슨 말을 못 하겠네요.

작곡료 외에도 돈벌이 수단이 있다면 제작사에 소속된 작곡가가 월급이나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가 있겠네요. 그런 작곡가는 업계에서도 손에 꼽긴 해요.

Harrison: DA씨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수익 창출 모델은 과거보다 다양해졌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큰돈을 벌 수 없다는 슬픈 이야기네요.

DA: 히트곡을 쓴 작곡가임에도 작곡 학원을 차리거나, 다른 엔터테인먼트 업무로 전향하는 이유가 다 있는 거죠.

📌keyword 4: 수익 창출의 다양화 요약
- 음악의 소비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수익 창출 방법 또한 다양화

👋마무리하며

Harrison: 오늘 두 분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히트 작곡가가 엄청난 돈을 벌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께서 하실 말씀 있나요?

JY: 저도 히트 작곡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평탄하지 않았고, 히트 작곡가가 되고서도 여러분의 상상처럼 돈을 쓸어 모으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DA씨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 때보다 요즘 작곡가들의 상황이 힘들고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참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배 작곡가로서 후배들의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DA: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과거 작곡가가 더 처우가 좋았다고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