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컴알못 뮤지션을 위한 컴퓨터 구매 가이드 (상)편에서 이어집니다.
윈도우즈와 맥, 결정하셨나요? 필요한 사양을 확인해 보면 결정에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왜냐고요? 사양이 좋아질수록 맥은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사양을 알아볼 때 봐야 할 포인트로는 크게 CPU, RAM, 보조기억장치가 있습니다.
CPU는 Central Processing Unit의 준말로, 컴퓨터에서 기억, 해석, 연산, 제어라는 4대 주요 기능을 관할하는 중앙 처리 장치입니다. 컴퓨터를 인간의 뇌에 비유하면 전반적인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뇌 중에서도 대장 역할이죠. CPU는 메인보드에 따라서 차후에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사야 합니다.
아래의 사진에 나온 Jinny의 컴퓨터 사양을 같이 해석해 볼까요.
이 컴퓨터는 맥OS 운영체제를 쓰고 있고 그 중 Mojave라는 버전이 설치되어있습니다. 컴퓨터 하드웨어는 MacBook Pro이고요, 디스플레이는 Retina에 15인치 크기입니다. 2014년 중반에 나온 모델이네요.
그 다음 보이는 프로세서 항목에 CPU 정보가 보입니다. 프로세스 Process는 '처리하다'라는 뜻이죠. 프로세서는 곧 컴퓨터 정보 처리자 즉, CPU를 의미한다고 보면 됩니다.
2.5GHz는 클럭을 말합니다. 클럭은 전기적 진동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인데요, 숫자가 높을수록 빠르다는 얘기이고, 이는 컴퓨터 속도와 비례합니다. 이 컴퓨터의 CPU는 인텔에서 만든 'Intel Core i7'입니다. 성능을 자세히 보자 하니, 맥북에서는 CPU 사양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가 나오지 않네요. 인텔 공식 홈페이지로 가봅니다.
Intel Core i7의 여러 종류 중 프로세서 기본 속도가 제 맥북과 같이 2.5GHz인 것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이 표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는 코어 수 입니다.
초창기 CPU는 코어가 하나인 싱글 코어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싱글 코어로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동시에 수행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뇌를 두 개, 세 개로 늘려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하나의 뇌(코어)가 하나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어 멀티 태스킹이 가능해집니다. 구글 드라이브에 사진 업로드를 시켜놓고,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동시에 PC 카톡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죠. 8코어인 제 컴퓨터는 뇌가 8개 있는 셈입니다.
RAM은 Random Access Memory의 준말로, 임의로 데이터를 쓰고 읽을 수 있는 기억장치를 말합니다. 컴퓨터가 일을 할 때 거치는 여러 단계마다 기억장치가 필요한데요, RAM은 컴퓨터가 현재 하는 업무에 당장 필요한 데이터를 올려놓는, 주된 기억장치입니다. 뇌로 따지면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러분이 컴퓨터로 곡을 쓸 때, 녹음했다가 지웠다가 반복할 테죠. 컴퓨터 입장에서는 바로 수정되거나 삭제될지 모르는 이 데이터들을 컴퓨터에 매번 저장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RAM이라는 단기 기억 저장소에 놓고 데이터를 쓰다가, 주인이 완성되었다고 하며 [저장] 버튼을 누르면 그때야 장기 기억에 저장합니다. 그래서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작업하다가 프로그램이 꺼지면 이 데이터는 다~ 날아가죠. 사요나라
☝🏻 컴퓨터가 일하는 방식은 두뇌가 일하는 방식이랑 꽤 비슷해요. 학창 시절 시험 기간에 우리는 시험에 나올법한 데이터들을 부지런히 단기기억 저장소(RAM)에 올려놓습니다. 시험지를 받았는데 해당 데이터가 장기기억에 있다면 짱구를 빡쎄게 굴려 찾아옵니다. 대뇌피질(CPU) 사양이 낮다면 이 과정에서 에러가 나죠.ㅎㅎ 시험이 끝나면 단기기억 저장소(RAM)에 있던 모든 데이터는 휘발합니다. 몇 분 전까지 생생하게 기억하던 15세기 작곡가 이름이 마법같이 생각 안 납니다. 아주 성실한 누군가만이 이 데이터들을 장기기억 저장소에까지 저장할 거에요.
컴퓨터 사양을 얘기할 때 '메모리'라고 하면 보통은 '주 기억장치'인 RAM을 의미하는 것이에요. 단기로 기억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많을수록 컴퓨터가 일을 잘하겠죠? 제 컴퓨터는 16기가바이트 만큼 기억할 수 있네요. 그 뒤의 숫자들은 몰라도 됩니다.
앞서 말한 비유 중에 뇌의 '장기기억 저장소'가 곧 컴퓨터 '보조기억장치'입니다. 주 기억장치인 RAM을 도와 보조적으로 기억을 저장하는 곳이죠. 보조기억장치에 [저장]된 데이터는 프로그램을 끄고 재시동하여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최근까지 HDD Hard Disk Drive가 저장장치 부품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보조기억장치를 일컫을 때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줄여 '하드'라고 부릅니다. 여러분이 문서나 사진을 백업하는 '외장하드'는 외부에서 연결해서 쓰는 HDD랍니다. 외장하드가 출시 된 후 컴퓨터 안에 있는 HDD를 내장하드라고 부르게 되었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전송 속도가 훨씬 빠른 또 다른 부품인 SDD의 가격이 낮아져 HDD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아니, 위협 정도가 아닙니다. 요즘 출시되는 대부분의 컴퓨터는 내장 SSD를 장착하고 나온다고 하네요.
☝🏻 인간의 뇌가 너무 많은 것을 모조리 기억하고 살아가면 뇌에 과부하가 걸리겠죠? 뇌는 데이터를 '망각'하여 기억장치를 비우곤 합니다. 컴퓨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장 보조 기억 장치에 너무 많은 데이터가 있으면 컴퓨터가 느려집니다. 무수히 많은 데이터 중 필요한 것을 찾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그래서 저장된 데이터양을 전체 용량의 7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 맥북은 HDD 500기가바이트의 용량을 지원하는군요!
내가 사장님인 작곡 회사가 있습니다.
☝🏻 컴퓨터 하드웨어의 크기도 성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무술 실력이 비슷하여도 체급이 다르면 힘에 차이가 나듯이,
같은 CPU를 심은 컴퓨터라도, 내부 부품의 크기가 작으면 내구성이나 성능이 약할 수 있습니다.
전자 신호가 왕복할 때 부품에 미치는 물리적인 영향을 무시하면 안된다고요!
집 앞 편의점 가는데 람보르기니 타고 가지 않듯이, 나의 필요에 맞는 사양의 컴퓨터를 고르는 것이 합리적이겠죠? 반대로, 리어카로 전국 일주를 하면 리어카가 필히 망가지듯이, 무거운 작업을 하려면 그에 맞는 사양의 컴퓨터를 사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맥북에어로도 음악 작업 충분해요~'라는 글을 보시고 맥북에어를 사신다면, 글쎄요, 그 글을 남긴 사람이 보컬 녹음만 하는 사람일지, 힙합 비트를 찍는 사람일지, 오케스트라 작업을 하는 사람일지 우린 모릅니다. 여러분이 할 작업의 무게에 따라 필요한 사양은 천지 차이로 달라집니다.
우선 여러분이 사용하실 응용 프로그램의 권장 사양을 살펴보세요. 각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나와 있습니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는 한글 설명은 Logic9 뿐이었는데요, 최신버전은 Logic X입니다 제 경험상 여기에 언급된 최소 시스템 요구사항은 그야말로 '최소'입니다. 그냥 로직 켜서 피아노 쳐보고 녹음할 수 있는 정도? 이유는 아래에 설명하겠습니다
큐베이스는 좀 더 현실적으로 써놨군요. 구글에 System Repuirements라고 검색하면 다른 프로그램의 권장 사양도 쉽게 검색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검색은 무조건 영어가 최고
음악 작업 중 아마 최대 사양이 필요할 '오케스트레이션' 작업을 기준으로 필요한 사양을 설명드려볼까 합니다.
우선 CPU는 작업에 사용되는 플러그인이나 가상악기의 동시 발음 수 등을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가상 악기 하나하나가 하나의 프로그램이라서, 한 음악에 가상악기를 열 개이상 켜 놓고 재생, 편집하는 작업에는 당연히 여러 개의 코어가 필요합니다. 저는 최근에 10코어 CPU를 구입했습니다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데이터 양도 어마어마 할 텐데요, 그래서 RAM도 중요합니다. 오케스트라를 풀 편성으로 할 경우 64기가 램도 아슬아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보조기억장치는 클수록 좋습니다. 고음질의 오케스트라 가상악기는 용량이 600기가에 육박하기도 합니다. (이 정도 사이즈는 웬만하면 외장하드에 넣는 게 낫습니다) 꼭 가상악기 뿐만 아니라 음악 작업 파일들도 쌓이면 용량을 꽤 차지하기 때문에 내장 보조기억장치로 최소 500기가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꼭 HDD가 아닌 SSD로 해야 합니다. 대용량 데이터를 불러들일 때 속도가 다릅니다. 어차피 요즘엔 다 SSD라고 함
컴퓨터를 조립하실 것이라면, CPU와 RAM의 사양은 어느 정도 레벨을 맞춰 주어야 합니다. 둘은 긴밀하게 협력하는 관계인데 한쪽의 지능이 너무 낮아버리면, 다른 한쪽의 높은 지능이 소용없게 되어버리거든요.
기기가 점점 상향 평준화되어서 "무조건 어떤 컴퓨터를 사야 합니다"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DAW도 마찬가지고요. 프로그램, 가상악기 프로그램들과의 호환 문제도 애로사항입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애플이 인텔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CPU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M1이지요. 성능은 엄청나게 좋다고 하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그램들이 M1과 잘 호환되지 않을 수 있어서 섣불리 M1으로 갈아타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다른 사람의 추천에 따라 쉽게 결정 내리지 마시고, 컴퓨터에 관해 공부한 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돌아가는 길 같아도 이게 지름길입니다. 언젠가는 꼭 필요한 지식이고요!
오늘도 공부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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