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넓얕

피아노는 왜 옆을 보고 연주할까

피아노의 연주 자세에 대한 엉뚱한 고찰

2년 전|Harrison

피아노는 가장 유명한 악기입니다. 동네의 학원, 학교 등 워낙 흔해서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피아노를 본 적이 있죠. 이러한 피아노는 그랜드, 업라이트, 전자 등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그랜드 피아노가 가장 간지난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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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피아노를 연주회장에서 보게 된다면 대부분 위의 사진처럼 연주를 합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듭니다. 피아노는 청중에게 연주자의 옆 모습, 그것도 오른쪽 얼굴만을 보여주면서 연주를 합니다. 이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연주자의 앞이나 뒷모습을 보여주면 안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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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만 보여주는 거라면 오른쪽 얼굴만 꾸미면 되지 않을까?

목차
1. 잘생겨서, 그게 전부
2. 피아니스트의 손을 보여주기 위해
3. 소리의 울림을 위해
4. 생긴 대로 살자(?)

1. 잘생겨서, 그게 전부

피아노를 왜 옆을 보면서 연주하는 지에 대한 확실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다양한 설이 존재합니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이유 중의 하나는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라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때문이라고 전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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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

리스트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하자면 역사상 피아노를 가장 잘 쳤던 사람이자 동시에 엄청난 미남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를 보기 위해 따라다니는 사생팬이 즐비했어요. 그의 연주를 보고 실신을 하기도 하고, 그가 마시다 남은 홍차를 향수병에 담아 가려고 줄을 서는 등 말도 안 되는 인기를 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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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는 슈퍼 스타' 삽화

그런데 정작 리스트의 연주회를 보러 가면 그 잘생긴 얼굴이 피아노에 가려져서 볼 수가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리스트 이전의 연주회에서는 피아노의 뚜껑을 열고 청중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연주했는데요, 그러면 연주자가 피아노에 가려서 잘 안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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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안 보입니다.

팬들 입장에선 이 얼마나 원통한 일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리스트의 옆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피아노를 옆으로 돌려놨다는 것이 지금과 같은 연주 자세로 굳어진 이유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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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라디슬라프 두세크(Jan Ladislav Dussek, 1760-1812)

이러한 속설의 주인공은 리스트가 아니라 얀 라디슬라프 두세크(Jan Ladislav Dussek, 1760-1812)라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두세크는 피아노의 오른쪽 옆면을 볼 수 있도록 앉는 방법을 제안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자신의 오른쪽 얼굴이 더 잘생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누가 되었든 간에 피아노의 연주 방향이 외모를 뽐내기 위해서라는 건 참 재미있네요.

2. 피아니스트의 손을 보여주기 위해

피아노를 옆을 보고 연주하는 다른 추론 중의 하나는 피아니스트의 손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해요. 귀로만 음악을 듣는 것보다 파아니스트의 화려한 손재간을 보는 것도 연주를 감상하는 재미 중의 하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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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모습을 보여주면 피아니스트의 손을 보기가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피아니스트가 앞이나 뒤를 보고 연주를 하면 청중은 피아니스트의 손을 볼 수가 없어요. 연주자가 등을 보이고 앉으면 몸이 손을 가려버리기 일쑤고요, 연주자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아요(연주자의 표정을 보는 것도 음악 감상의 일부거든요). 반대로 앞을 보고 연주하면 연주자의 표정은 생생하게 보이겠지만 건반과 손은 아예 볼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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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의 등이 건반을 가려버리고 얼굴을 볼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옆 모습을 보여주는 건 연주자의 손, 표정을 모두 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타협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3. 소리의 울림을 위해

연주자의 손이나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옆으로 앉는 거라면, 연주자의 좌측면을 보여줘도 되는 거 아닐까요? 그럼에도 오른쪽에 앉는 이유는 피아노의 생김새에 기인하는데요, 모든 피아노 뚜껑은 오른쪽이 열리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에요.

피아노의 뚜껑은 단순히 멋이나 먼지 방지용으로 있는 게 아니에요. 피아노의 뚜껑은 소리를 반사하여 소리가 객석을 향하도록 전달하는 공명판의 역할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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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피아노의 뚜껑을 반대로 달면 오른쪽 얼굴을 보여주면서 연주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기엔 피아노의 왼쪽(저음)에 있는 현이 훨씬 길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뚜껑이 달아놓는 형태가 훨씬 안정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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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면이 훨씬 길어서 뚜껑을 달기가 훨씬 수월하다.

4. 생긴 대로 살자(?)

이상으로 피아노는 왜 옆을 보고 연주할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보았습니다. 왼쪽 얼굴이 특별히 더 잘생긴 피아니스트가 아닌 이상 피아노의 연주 방법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