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계절이 여러 번 지나 다시금 여러 재단 및 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지원사업 시즌이 돌아왔네요. 내 작업과 활동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소중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인 지원사업은 일정 신청 기간 동안 지원자를 받아 일련의 심사과정을 거쳐 최종 지원자를 선정해요.
지원사업마다 지원자에 대한 심사절차는 대동소이합니다. 지원신청서와 포트폴리오 등 서류만으로 심사하여 최종 선정까지 하는 사업도 있고, 서류를 통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등 2차 심사까지 하는 사업도 있지요. 어떻게 하면 지원신청서를 조금 더 잘 쓸 수 있을까, 그 꿀팁은 지난 아티클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오늘은 지원사업 서류를 통과하고, 난생 처음 지원사업 인터뷰에 임하게 된 뮤지터 여러분들을 위한 인터뷰 꿀팁을 말씀드리려고 해요. 아직은 조금 서투르지만 꼼꼼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뮤지터 찍찍이🐭의 일기장을 살짝 훔쳐보는 것으로요 😙 그러면, 어디 한 번 찍찍이🐭의 일기장을 열어볼까요?
2021년 3월 3일
야호! A 지원사업과 B 지원사업 모두 서류 통과 성공!
이게 다 뮤거진을 읽은 덕분이야🙌
서류만으로 최종 선정까지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인터뷰를 준비해야 하네...😩
비록 발표 울렁증이 심한 나지만, 최종 선정이 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하리오!
지원금아 기다려라! 나 찍찍이가 간다!!!
2021년 3월 4일
A 지원사업과 B 지원사업의 인터뷰 절차를 정리해 보았어.
2021년 3월 5일
우선 급한 불🔥부터 꺼 보자! A 지원사업의 경우 재단측에서 제공하는 PPT 양식이 다음과 같아.
장르, 작품제목, 기획의도, 발표장소, 공연시간, 참여인원, 프로젝트 수행일정, 작품내용... 내가 하려는 작업의 기본적인 내용을 충실히 발표하라는 뜻이구나. 1차에서 제출한 서류를 참고하여 간결하게 작성하는 게 좋겠어.
2021년 3월 6일
좋아! A 지원사업의 발표자료는 이렇게 마무리하자!
그나저나 관련 포트폴리오는 무엇을 제출하는 게 좋을까? 내가 이번에 하려는 작업이 창작국악을 가미한 음악극이니, 예전에 했던 활동 중 창작국악과 음악극과 관련된 영상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는 게 좋겠지? 포트폴리오는 자기를 자랑하는 수단이 아니라, 내가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데 방점을 두어야지!
2021년 3월 7일
A 지원사업의 발표자료와 포트폴리오를 메일로 보냈어.
이제 B 지원사업의 발표자료를 준비해야지. 바쁘다 바빠😣
따로 지정된 양식은 없지만, A 지원사업의 경우처럼
내가 하려는 작업이 무엇인지 기본에 충실하며 간결하게 작성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도 기왕 내가 자유롭게 PPT를 만들 수 있는 이점을 살려서,
심사위원들에게 내 작업을 조금 더 어필하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2021년 3월 8일
B 지원사업에서는 클래식 악기로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면서
전자음악의 사운드를 활용하는 것이 특색이니까,
발표에서도 전자음악 사운드를 어필하면 좋을 것 같아.
10초 내외의 짧은 데모 음원을 PPT에 삽입하고,
전자음악 관련 이야기를 할 때 심사위원에게 들려주면
심사위원도 내가 어떤 사운드를 상상하는지 아는 데 도움이 되겠지?
발표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많은 것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가운데 무언가 하나 꼭 살리고 싶은 특별한 요소를 강조하면
내 작업의 인상을 덜 지루하게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 거야.
2021년 3월 9일
간신히 시간에 맞추어 B 지원사업의 발표자료를 제출했어.
자료 자체는 여유있게 완성했는데,
PPT의 배경과 폰트를 고민하느라 지체했지 뭐야😅
작업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니까.
보여지는 것은 모두 보여진다구~
클래식 악기들과 전자음악을 위한 장비들이 함께 있는 사진을 찍어서 배경으로 활용했어.
폰트는 깔끔하고 세련되면서도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고딕류 폰트를 사용했고.
내가 봐도 발표자료가 썩 마음에 들어!😉
2021년 3월 11일
A 지원사업의 인터뷰가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니...
인터뷰 일정은 정말 촉박하게 진행되는구나.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어.
제출한 발표자료를 기반으로 발표원고를 써서 읽어 보아야지.
5분이면 그래도 꽤 긴 시간이니까, 발표자료에 있는 내용을 담으면서도
내가 특별히 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야~
2021년 3월 12일
5분은 너무 짧은 시간이야! 😭
발표자료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말하기만 해도 5분이 넘어버리잖아?
욕심을 부려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하려면 원고 읽는 속도를 훨씬 더 빠르게 해야 해.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발표의 전달력이 형편없이 떨어져.
(녹음해서 들어보니 나조차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어쩌면 좋지?
2021년 3월 13일
욕심을 버리자.
발표시간에는 발표의 전달력을 살리며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잘 이야기하는 데 초점을 맞추자.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심사위원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
2021년 3월 14일
친구 야옹이😺가 인터뷰 연습을 도와주러 왔어.
나는 발표 울렁증이 있기도 하고,
인터뷰가 난생 처음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불안했으니까...
실전에 앞서 미리 리허설을 해보는 경험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어.
야옹이랑은 부항 친구 사이인데도, 발표를 하려니까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거 있지?
손까지 덜덜 떨려서 PPT 넘길 때 실수도 나오고... 말도 엄청 더듬고...
말하는 속도도 언제는 빨랐다가 언제는 느렸다가...
영상을 찍어 확인해보니 표정도 시선처리도 엉망이었어.
시간조절까지 실패... 총체적 난국. 야옹이한테 많이 혼났다...😾😥
결국 리허설만 열 번은 넘게 한 것 같아.
야옹이의 도움을 받아 우선 차분한 어조와 속도 그리고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는 연습부터 했어. 그러느라 발표원고를 거진 다 외워버렸지 뭐야.
오히려 좋아~ 🎶
다음으로는 동공지진을 일으키지 않도록
시선을 고정하고, 표정에도 사회적 미소를 장착했지!
덕분에 마지막으로 찍은 영상에서는 한결 나은 모습이 되었어.
(2021년 3월 14일에서 계속)
발표 리허설이 얼추 마무리될 즈음 야옹이는 이미 지쳐있었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야옹이를 닦달하며 함께 심사위원 예상질문 목록을 작성했지.
그런데 둘이서 작성한 목록이 서로 너무 달라서 신기했어. 질문의 "초점"이 아예 달랐거든.
내가 작품 내적인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야옹이는 작품 외적인 요소들 즉 홍보와 이 작품의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을 따졌지.
솔직히 나 혼자서는 생각해내지 못했을 질문들이라 허를 찔린 기분이면서도,
이 질문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게 되어 야옹이한테 고마운 마음이었어 🥰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찍찍이는 A 지원사업과 B 지원사업의 인터뷰 심사를 모두 무사히 통과하였다고 해요. A 지원사업에서는 야옹이가 생각한 것처럼 작품의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의응답이, B 지원사업에서는 내가 생각한 것처럼 작품 내적인 의미와 양식을 묻는 질의응답이 주를 이루었다고 해요. 좋은 결과를 얻은 찍찍이🐭는 야옹이😸한테 한 턱 쏘았다는데... 대체 무엇을 쏘았을지...
아무튼, 찍찍이🐭의 일기장을 통해서 난생 처음 지원사업 인터뷰 준비하는 방법을 살펴보았어요. 지원사업을 준비하는 뮤지터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다음에 또 꿀팁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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