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음악생활

문화재단 취업하기 A to Z

현직 문화재단 직원 수다방 👄

2년 전|Jinny

1월1일에 새로운 내가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옴마낫 벌써 올해의 1/12가 지났네요! but 한국의 새해는 구정에 시작하는 거 아닌가요 ^.^ ㅎㅎ 청춘들을 괴롭히는 새해 고민 중 가장 큰 것은 아마 '진로 고민'이 아닐까 싶어요. 이에 도움이 되고자, 그동안 뮤거진에서는 음악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왔는데요! 이번에 모신 분들은 문화재단 직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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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단이 뭐냐고요? 문화재단은 문화 예술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공연, 전시, 축제, 예술가 지원, 공공 문화 시설 운영 등의 일을 하는 기관입니다. 문화와 예술은 인간이 살면서 누려야 하는 주요 복지 중 하나예요. 이 때문에 지역마다 공공기관으로서 문화재단이 있기 마련이지요. 여러분이 아실 만한 문화재단으로 ‘서울문화재단’이 있답니다.

인간이 문화를 향유하며 조금 더 인간답게 살 환경을 조성하는 문화재단, 그 밑에서 백조의 발처럼 바삐 뛰어다니는 고마운 존재, 문화재단 직원들의 세계로! 떠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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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사무실 전경 (출처: 경향신문)

목차
  1. 문화재단이란?
  2. 문화재단 직원의 일일일!
  3. 현직자의 실무 이야기
  4. 진로를 결정한 계기?
  5. 그래서, 어떻게 갑니까, 그 길

안녕하세요! 오늘 모여주신 여러분 각자의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고모씨: 안녕하세요 음대를 졸업하고, 서울 소재 문화재단에 n년차 재직 중인 고모모입니다.

🐶 강모씨: 안녕하세요, 마찬가지로 음대 졸업 후, 경기도 소재 문화 재단에 n년차 재직중인 강모모입니다.

1. 문화재단이란?

문화재단에서는 어떤 곳이고, 무슨 일을 하나요?

🐱 : 음, 문화재단의 존재 이유에 관해 먼저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은데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지역 문화 재단은 공익을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시민, 구민들이 문화 예술을 창조하고 향유하게 함으로써 문화가 있는 질 높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주된 목적인 기관입니다.

🐶 : 엄밀히 말하면 법적 공공기관은 아니고, 지자체 출연 기관이에요. 지방자치단체가 문화, 예술 등의 목적을 위해 설립하고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기관이지요. 그래서 저희도 엄밀히 말하면 공무원은 아니고 재단 법인 소속의 회사원이에요.

🐱 : 그렇다 보니 하는 일은 지역마다 조금씩 달라요. 축제, 공연, 전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큰 맥락은 같을 텐데, 공공 도서관이나 공연장, 문화센터가 있는 지역은 해당 부서와 업무가 또 따로 있죠. 그래서 지역마다 재단의 규모도 달라요.


민간에서 운영하는 문화재단도 있나요?? 있다면 공공기관과 다른 점이 있을까요?

🐱 : 있죠. 민간의 문화재단은 보통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문화재단이란 게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이 아니고 돈을 쓰는 사업을 하는 곳이니, 자본이 많은 기업이 아니면 하기 어려울 거예요.

🐶 : CJ문화재단, LG연암 문화재단, 삼성미술문화재단 등이 대표적인데요, 민간 문화재단은 지역문화재단과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문화 예술을 증진하려는 목적은 같지만,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대상의 범위가 좁고, 사업도 다각화되어있지는 않죠.

🐱 : 기업의 소유이기 때문에 내부 구조와 인사 등은 해당 기업의 논리에 따라요. 문화재단을 운영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와 관련되어 있기에, 마케팅부와 맥을 같이 하는 경우도 있고요.


한국에 어떤 지역문화재단들이 있나요?

🐶 : ‘전국 지역문화재단 연합회’라는 곳이 있는데 그 홈페이지에 가면 한국의 지역문화재단 리스트를 볼 수 있어요. 문화재단 설립은 지역의 자치이기 때문에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어요.

🐱 : 서울 같은 경우에는 서대문구와 용산구 빼고 모든 구에 구립 문화재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방에도 지역마다 있습니다.

🐶 : 그런데 지역문화재단 말고 광역문화재단이라는 게 있는데, 이곳은 ‘특별시’, ‘광역시’나 ‘도’급의 지역을 다루는 문화재단이에요. 서울문화재단, 부산문화재단, 경기 문화재단 같은 곳이죠. 이들은 지역문화재단이랑은 리그가 달라요.

🐱 : 노는 물이 다르죠 ㅋㅋ 지역이 넓으니 예산도 크고, 일도 빡쎌 거예요. 지역문화재단이 광역문화재단에서 예산을 따오기도 하고, 광역문화재단이 지역문화재단에 지원요청을 하면 가서 협력하기도 해요.

2. 문화재단 직원의 일일일!

문화재단 직원들이 하시는 구체적인 업무에 관해 알고 싶어요!

🐶 : 재단의 세부 부서는 지역마다 다 달라서, 부서별 업무를 알려드리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느 지역이든 공통되는 업무 내용이 있긴 한데, 크게 기획 업무, 운영 및 관리 업무, 경영 지원 업무로 성격을 나눠 볼 수 있어요.

🐱 기획업무공연, 전시, 축제 등의 컨텐츠를 기획하는 업무예요. 1년 단위로 기획이 이루어지고, 한 해의 행사 내용은 전년도 6월 즈음부터 구상을 시작해요. 주제, 연출, 아티스트, 운영 계획, 예산안 등의 프로세스를 전부 기획해서 제안서를 제출하면, 내부적인 회의를 거쳐 나온 기획안이 시의회 혹은 구의회에서 검토받아요. 이 과정이 굉장히 깁니다.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면 연말 즈음에 내년도 사업계획이 확정되어요.

🐶 : 기획을 했으면 그걸 실행해야겠죠? 홍보, 아티스트 관리, 일정 관리 등 사업 전반의 운영을 담당하는 운영 및 관리 업무가 있어요. 필요한 부분에서는 외주를 맡기기도 하죠. 연 단위 기획 사업뿐 아니라 상시로 운영하는 지역문화 시설을 담당하기도 하는데요, 문화센터, 체육관, 도서관, 미술관 등의 담당자, 공연장 하우스 매니저는 해당 시설의 유지보수와 직원 인사 등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아요.

🐱 경영 지원 업무는 기획 업무와 운영 업무를 서포트하는 일이에요. 회계, 인사, 정책, 시설 안전, 무대 운영 등 재단의 전반적인 경영을 지원하죠. 예를 들어 기획팀에서 기획서와 예산안을 만들고 서류 작업을 하면, 지원팀은 좀 더 디테일한 회계 검토, 법리적인 검토, 아티스트와의 실질적인 계약 등을 담당해 주어요. 때에 따라 다른 회계나 법률 법인에 외주를 맡기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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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조직도
(모든 재단이 위와 같은 조직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3. 현직자의 실무 이야기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나 사건이 있으신가요?

🐶 : 최애 아티스트가 출연한 공연을 담당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무도 없는 공연장에서 저 혼자 리허설을 직관하는데, 그 순간 직업 만족도가 1000%로 올라갔어요.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 다 취소되는 와중에 간신히 하나 올렸던 공연이었는데... 저에게 참 많은 것을 보상해 준 공연이었어요. 기획자를 하면 성덕(성공한 덕후)이 될 수 있답니다.

🐱 : 저는 저희 재단 기획팀에 있을 때 만들었던 영화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원래 영화를 만드는 업무는 흔치 않은데,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 불가능하니 영상 사업을 해야만 했어요. 그런데 공연 실황은 너무 뻔한 것 같으니 아예 제대로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시작하게 되었죠. 현업 영화감독님을 섭외해서 제대로 했어요. 지역의 지물에 스토리를 입혀 만들었죠. 작품이 영화제에 초대받기도 하였고, 그 덕분인지, 저희 재단 유튜브 구독자 수도 서울시 재단 중 상위권에 랭크되었답니다. 뿌-듯!


오...나라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공연을 만든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 : 그런 느낌이 들 때도 있죠. 그렇지만 실제 업무를 겪으면, ‘이건 뭐 ... 더러워서 그냥 내 돈 내고 내 맘대로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ㅋㅋ 근데 그 더럽게 힘든 과정을 겪는 게 당연할 수밖에 없죠. 시민의 귀중한 세금을 허투루 쓸 수는 없으니까요.

🐶 : 하지만 시민분들이 민원 넣으시면서 “너희 철밥통이 세금 가지고 똑바로 일 안 하냐"라는 식의 말씀을 하실 때는 정말 속상해요. 다른 지역 재단과 비교하면서 서비스를 내놓으시라는 분도 많고요. 하지만 저희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거든요. 시의회/ 구의회에 종속된 존재라서 정책과 예산의 우선순위가 아니고, 인가와 허가를 받아 예산을 따와야 하므로 재단이 주체적으로 사업하기가 어렵거든요.


민원 말고도, 일하면서 겪는 힘든 점이 더 있을까요?

🐱 : 이 각박한 세상에 뭔 일이든 힘들지 않겠어요. 그래도 굳이 꼽아보자면 지자체의 입김을 많이 받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열심히 쓴 기획안이 시/구의원들 선에서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반려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때론 재단 행사들이 정치에 이용되기도 해요. 태생이 출자 출연 기관이다 보니, 시청, 구청 입장에서는 재단이 약간 하청업체로 여겨지는 것 같아요.


업무의 로드는 어떻게 되나요?

🐱 : 음 일단 제가 지금 회산데요(현 시각 밤 9시)...

🐶 : 대답 정리 되었네요ㅋㅋㅋ

🐱 업무에 따라, 시기에 따라 너무 달라요. 기획팀이 특히 바쁜 시기가 있고, 운영팀이 특히 바쁜 시기가 있고, 지원팀이 특히 바쁜 시기가 있고 그렇죠. 한가할 때는 또 엄청 한가해요. 근데 회사 시스템이 따라 주지 못하는 것은 좀 문제예요. 초과근무 수당 한계가 정해져 있으면 일한 만큼 받는다는 보장이 없을 때도 있어요...


일하면서 기쁜 점은 무엇일까요?

🐱 : 통장에 돈 들어올 때?

🐶 : 공무원이 아니다 보니, 임금이나 복지가 재단마다 다르긴 해요. (연봉이 어떻게 되시나요? 속닥속닥)

🐱 : 아 참, 사업 중에 음대 동문을 만날 때도 기쁜 것 같아요. 최근에 공모사업을 냈는데, 아는 얼굴들이 많아서 신기하고, 이들을 끌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 : 오 맞아요. 되게 반가워요. 아는 사람이라고 제가 물질적인 것을 더 챙겨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더 신경 써줄 수도 있고, 서로 소통도 편하고 하니 좋더라고요.

🐱 : 그들이 저한테 고마워할 때 되게 뿌듯하고, 이 일을 하는 보람을 느낀달까? 예술계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받으니 행복한 것 같아요.

🐶 :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기획 업무를 하면서 나의 예술적 견해를 반영할 수도 있다는 점이 좋아요. 연주자로서 못 다 펼친 예술적 욕구를 해소하는 느낌이랄까요?

4. 진로를 결정한 계기?

진로 고민을 할 청춘들을 위해, 어떻게 이 길을 걷게 되셨는지, 조금 더 사적인 경험 베풀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 : 저는 안정 지향적인 사람이라서, 빨리 돈을 벌고 가정을 꾸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악기 연주자는 사실 기약이 없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대학생 때 다른 걸 해보려고 이것저것 기웃거려 봤죠. 우리가 전공한 것 가지고는 취업할 수 있는 범위는 너무 좁았어요. 그중 문화재단이 그나마 잘 할 수 있고, 그간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분야였죠. 대단한 뜻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 : 저는 원래 음악계를 아예 떠나려고 했었어요. 일반회사에 취업해서 빨리 자리 잡고 싶었는데, 잘 안 풀리더라고요. 건너건너 회사의 인사담당자를 만나 여쭤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제가 가진 베이스들이 일반 회사입장에서 보기에는 직원으로 뽑기에 리스크가 컸나 봐요. ‘음악만 했던 사람이 우리 회사에 와서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대요. 그래서 예술경영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졸업하고 나니 세상이 문과를 안 뽑더라고요. 문과와 예체능이 합쳐진 사람은 더 안 뽑는 거죠. 그래서 악기 전공, 예술경영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회사를 찾게 된 것이 문화재단이었어요.

5. 그래서, 어떻게 갑니까, 그 길


입사 공고는 어느 시기에 나고, 어디에서 확인해야 하나요?

🐱 : 계속 말씀드리지만,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채나 국가 고시처럼 어느 시기에 무조건 뽑지는 않아요. 사업이 커져서 인원이 더 필요하거나, 기존 인력이 나가서 결원이 생겼을 때 수시로 공고하여 뽑죠.

🐶 : 인건비 명목으로 시/구의회에 예산을 올리는데, 한 번 충원하면 인건비에 한해서는 예산 삭감이 불가능해서 그대로 가요. 그래서 충원도 신중하게 하죠.


시험 내용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 : 보통 1차는 서류전형 - 2차는 필기고사 : NCS 혹은 유사직무 테스트(한국사 / 일반 상식 공연 관련 상식 ) - 3차는 면접으로 이루어지는데, 이것도 재단마다 차이가 있어요. 서울문화재단 같은 데는 면접을 두 번 보고 인·적성 검사랑 영어 면접도 있다고 해요.
🐱 : NCS는 아이큐 테스트 같은 것인데, 사고력, 추론 능력을 평가하는 테스트예요. 목적이 수학능력평가랑 비슷하죠. 나라장터에 입찰한 업체에서 만드는 것이라서, 어떤 업체에서 만드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바뀌곤 해요.


문화재단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이나 경력, 학위 조건이 있나요?

🐶 : 필수 조건은 없는데 우대조건은 있어요. 일반회사가 아니고 공적 기관 입사 시험이다 보니, 서류전형에서 점수를 계산하는 틀이 정해져 있는데, 한국어, 한국사, 컴퓨터 활용능력, 영어 점수, 워드, 문화예술교육사, 포토샵 등의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받아요. 경험이 많고 자질이 있음에도 자격증 부족 때문에 서류 탈락하시는 분들 보면 안타깝죠.

🐱 : 경력은 있다면 무조건 좋지만, 일과 관련된 경력이 없어도 다른 경험을 잘 풀어낼 수 있으면 괜찮아요. 동아리나 과를 이끌었던 경험이나 직접 기획하여 공연을 올려본 경험, 인턴이나 알바 경험도 괜찮고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험을 쌓으시면 좋아요. 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경험 위주로요. 예를 들면 누가 시켜서, 과 행사라서 참여하게 되는 경험 말고, 내가 주체가 되어서 도전하고, 기획하고 운영했던 경험들이요.

🐶 : 학위는 상관없어요. 재직자 대부분이 문과이긴 한데 예체능 전공자도 많아요. 그래서 전공이 무엇이었는지는 상관없고, 학위도 학사 이상이면 괜찮아요. 석박사는 재직 중에 따시는 분들도 많긴 해요. 학위가 호봉에 가산 요인인 곳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특히 박사 학위는 팀장급 이상의 승진에 고려 대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재단마다 다르긴 할 거예요. 그리고 외부 자문이나 강의를 나가려면 학위 소지가 자격증처럼 필요하니까, 그런 개인적인 성장 때문에 많이들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나이제한이 있나요?

🐶 : 음... 없는데 있습니다.

🐱 : 이건 일반 사기업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신입을 뽑아서 일을 시켜야 하는데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으면 일 시키기가 좀 껄끄럽죠. 동방예의지국이잖아요 ㅜ

🐶 : 나이 관련해서 기재하는 란이 없어서 서류는 다 통과할 수 있는데, 면접장에서 얘기하다 보면 나이가 느껴지니까. 나이가 너무 많다 싶으면 면접관들이 조금 곤란해하죠.

🐱 : 하지만 저희 팀에는 32살 신입도 있어요. 다른 팀에 40살에 신입 되신 분도 봤고요. 물론 두 분 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으셨지만요.


경쟁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 : 글쎄요, 경쟁률이 빡쎈가요?

🐱 : 요새 안 빡쎈 곳이 없지 않나요? 제가 시험 봤을 땐 146:1였어요. 사기업보다는 그나마 적은 편일 거예요.


악기연주만 했었는데, 재단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을까요?

🐶 : 너무 겁먹지 마세요. 신입 사원들은 원래 다 들어가서 일을 배우는 것이에요. 재단 직원들은 전공이 다양한 편인데, 보통 재단에서 이 업무 저 업무 돌리면서 순환 근무를 시키기 때문에 언어 전공하신 분이 공연팀에 있는 경우도 있고 트럼펫 불던 분이 예산 담당하는 경우도 있어요.

🐱 : 인사팀에서 직원들을 관찰하고, 다른 업무도 잘한다 싶으면 보내는 거죠. 좋게 보면 올라운드로 일을 하면서 재단의 큰 맥락을 알 수 있어 좋은데, 안 좋게 보면 얕고 넓게 전문성 없이 떠도는 느낌이 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아무튼 전문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아서 음악만 하던 사람들도 들어가서 열심히만 배우면 다 할 수 있어요.

🐶 : 그런데 채용 공고 때 직무 내용을 올리긴 해서, 어떤 직무냐에 따라 그에 특화된 사람이 들어오긴 쉽겠죠? 그래서 여러 가지를 미리 배워놓고 자격증도 따고 경험을 하라고 말씀드렸던 것이에요.

🐱 : 특히 요즘 시대에 컴퓨터 활용은 기초 능력이니까 많이 다뤄보셔야 해요. 컴퓨터 활용능력 시험 보셔야 하고요.


도움이 되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 공사모, 공준모 등 공공기관 채용 준비 카페가 도움이 많이 되어요. NCS는 공공기관에서 공통으로 보는 필기시험이니까 족보라던지, 기출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 : 그런데 문화재단 관련한 족집게 정보는 별로 없어요. 그래서 저는 정말 힘들었어요. 몇몇 블로그 어렵게 찾아서 보고 했던 기억이 있네요.

🐱 : 얼마 전에 예술경영 지원센터 웹진에서 문화재단 현직자 인터뷰를 했다고 들었어요. 아르떼 유튜브 채널에도 비슷한 내용의 영상이 올라와 있을 거예요.

🐶 : 경기도 소재의 한 문화재단에서도 신입 사원들의 취업 경험을 소재로 유튜브 콘텐츠를 찍었어요. 그리고 와디즈인가 텀블벅에서 문화재단 직원들 인터뷰 내용을 담은 책이 판매된 적도 있어요. 뮤거진의 이 인터뷰도 좋은 자료가 되면 좋겠네요!!

예술 전공자 취준생들께 해주고 싶은 말씀?!

🐱 : 들어오고 나니, 업무가 내 기대와 다른 것들도 있고, 복지나 급여가 성에 안 찰 때도 있는데, (이거 익명 맞죠?) 요즘 같은 취업난에 찬밥 더운밥을 가릴 겨를이 어디 있겠어요. 문화재단 일에 관해 너무 환상을 드리고 싶진 않지만, 전공도 어느 정도 살려 일할 수 있는 안정되고 좋은 직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 저한테도 재단 취업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간절하죠. 상담해줄 때 안타까운 것은, 다른 취준생들에 비해 예체능 계열 전공자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는다는 것이에요.

🐱 : 제가 겪은 바로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스토리 텔링이 제일 중요하고, 그것을 자소서와 면접에 잘 녹여내야 해요. 서류 전형에 붙기 위한 기본 자격증 같은 것은 준비하되, 너무 거기에만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토익 점수 1점 더 올리는 것보다 그 시간에 공모전에 도전하거나 관련 직무 인턴을 하세요.

🐶 : 웹상의 정보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직자와 만나 조언을 구하는 시간도 꼭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동아리 선배 중 oo문화재단에 간 분이 있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었거든요. 글로 읽든, 사람을 만나든, 모든 경험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단편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 글을 읽고 여러 사람을 만나세요. 그러다 보면 보편적인 맥락이 보일 것이고, 자소서에 무엇을 강조해야 할지, 이 직무에서 나의 강점이 무엇일지 느껴질 것이에요.

🐱 : 저는 이 일을 하면서 가지게 된 꿈이 있어요. 연주자들 보면, 실력이 종잇장 한 장 차이인데 누구는 잘나가고, 누구는 재야에 묻혀 있잖아요. 연주자가 연주만 잘해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PR, 인맥 관리, 좋은 의미에서의 정치력이 좋아야 잘되더라고요. 예술가가 예술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 직업을 통해 그런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네, 현업자 분들의 노고와 철학이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시간이 길어진 관계로 오늘의 대화는 여기까지 하고 마칩니다. 문화 예술 현장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현직자분들 덕분에 국민들이 풍부한 문화 자원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고모모님께서 마지막에 해주신 말씀은 뮤지트 설립의 문제의식과 일맥상통하여서 감동이었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시거나 현업자를 만나시고 싶은 분은 뮤지트 앱을 이용해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본 대화는 여러 선생님들의 인터뷰 내용을 가상 인물들의 대화로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