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 노트

박예람 마스터클래스 주최 후기 (하)

현실과 미래를 위한 구상

1년 전|Flûtiste 박영주

Flûtiste 박영주님께서 뮤지트에 올려주신 글을 재구성하였습니다.

현재 지방의 경우 탈지역화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데, 이것은 청년들이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이유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서울에 거주 중인 사람도 타지역까지 가고 싶을 만한 클래식 음악 관련 행사가 대구에 많이 활성화가 되어 관련 일자리가 지역 내에 많이 창출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준비 과정 중 여러 명의 스탭을 두어 홍보, 홍보물 디자인, 접수 등 여러 영역의 일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개인이 최저 예산으로 일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그 점에 있어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친누나에게 도움을 청하여 함께 준비하였다.

홍보물 디자인도 직접 하였고, 계약서 작성 및 서명, 홍보물 부착 및 SNS 홍보, 접수 및 문의 상담 등 대부분의 업무를 혼자 하였다. 행사 당일은 다행히 누나가 박예람 선생님 의전과 방문객 맞이 등 기타 업무를 많이 도와준 덕분에 일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행사를 전문적으로 주최하는 업체가 생긴다면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예상해본다. 물론 일자리가 창출되면 주변 상권도 살 것이다. 사실 대구는 ‘유네스코에서 음악 창의도시’로 지정되어 있는데, 그에 걸맞게 양질의 연주와 행사가 보다 많아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래서 대구를 중심으로 꾸준한 유동인구 발생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면 좋겠고,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대구에 사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해지고 음악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직장을 찾기가 수월해진다면 대구로 젊은 음악가들이 유입되며 인구 유출을 조금이라도 더 막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당장 음악 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몇이나 되겠나 하겠지만,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 레슨 및 청강을 하러 오신 분들께서 대명동 일대의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며 ‘타 지역으로부터의 유동인구 발생이 지역 내 상권과도 직결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체감할 수 있었다.

이렇듯, 지역 내 유동인구 발생과 타지에서 오신 분들이 우리 지역 내 상권에서 소비활동을 하셨다는 내가 바라왔던 작은 소망이 이루어진 점 덕분에 (당연히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하지만) 타지에서 오신 분들께 특히 더 고마웠다. 이분들이 오전 레슨이 끝난 후 식사하시고 카페에서 커피를 구입하여 마시는 모습이 또하나의 행복이었으니 말이다.

코로나 시국에 모두의 안전을 위해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께서 마스크를 잘 착용해 주시고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하시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대단히 감사드린다. 아무래도 감염병 발생 사례가 없어야 앞으로도 이런 행사를 여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남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마스터클래스 프로그램 하단에 마스크 착용관련 공익광고 이미지를 삽입할 만큼 마스크 착용에 크게 신경을 썼다.

이번 행사 인쇄물 중 하이라이트는 모두에게 이 마스터클래스가 잊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청강생 접수확인을 위해 만든 청강티켓이라 생각한다. 위조방지를 위해 개인적으로 소장 중인 미키마우스 도장을 찍어드렸는데, 많은 분들이 청강권을 보고 즐거워해주셔서 나 또한 즐거웠다 :)

오래전부터 많은 학생들이 마스터 클래스 참가를 위해 서울로 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지방에 거주 중인 학생의 경우 교통비, 숙박비, 식비, 이동시간 등 감수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방에는 ‘서울 레슨’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사실 마스터 클래스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지방에 거주 중인 학생들이 ‘서울 레슨’을 다니면서 적지 않은 고생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 아직 지방에서 학생들이 바라는 수준의 선생님을 찾는 데에 애로사항이 있다. 그래서 대구에서 이번 마스터 클래스가 이틀 동안 진행된 것에 만족해 주신 많은 분들을 볼 때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나에게는 ‘미래에는 대구 레슨이라는 말이 생기도록 새로운 음악교육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음악 하는 학생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얼마 전 축구선수 박지성의 인터뷰 기사를 본 후 이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다. 한국 유소년 축구 시스템에 대해 쓴소리를 한 기사였는데, 해당 기사에서 박지성 선수는 ‘고등학교 선수들에게 모든 수업이 필요한지 의문’이라 하였고, ‘지금 예체능 학생들에게 훈련 및 연습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부분은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크게 와닿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예술고등학교의 경우에도 오후 4시경에 하교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부동자세로 오랜 시간을 보낸 후 양질의 연습을 과연 얼마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가에서 지정한 최소 수업일수가 예체능계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건 너무나도 융통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미래의 학생들이 제도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또한 현재 학생들이 이수하는 과목보다 ‘이 학생들이 인생을 살면서 좀 더 도움이 될만한 수업’을 만들어주는 것에도 관심이 있다. 실제로 많은 음악 전공자들이 과도한 연습으로 인해 몸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에서는 ‘음악가로서 어떻게 몸을 관리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지도를 하지 않거나 충분치 않다. 나 또한 현재 왼손에 문제를 달고 살고 있으며, 때문에 사비를 들여 운동을 배우고 재활센터에 찾아가면서 내 몸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지고 있다. 내 뒤 세대 학생들은 나와 같은 문제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부분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하고 싶다.

행사를 준비하며 느낀 것은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학생들이 자발적인 의지로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선생님의 권유로 참여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여러 활동에 좀 더 자발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고, 이는 나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되었다.

물론 나는 이 모든 일들을 하기에 앞서 플루트를 전공하며, 무대에서 나의 음악을 표현하길 좋아하는 ‘연주자’이다. 방학 때마다 한국에 와서 종종 하는 레슨을 하는데, 학생들에게 레슨을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고 나의 지식과 철학을 나누는 아주 뜻깊은 시간이라 느끼고 있다. 아마 나는 훌륭한 연주자라는 평보다 ‘훌륭한 교육자’라는 평을 더 받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

내년 귀국 후, 나의 많은 꿈들을 내가 좋아하는 연주 활동과 레슨 활동을 하며 차근차근 잘 이루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