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공연장, 영화관에서 긴장감 넘치는 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날리고 싶은 요즘입니다. 물론 무대에 서서 조명을 받을 때는 매우 더운 곳이지만요 ㅎㅎ 그동안 작고 소중한 내 소리를 부탁해~ 시리즈에서는 공연장의 '사운드 시스템'에 관해 공부하였어요. 저 멀리에서 연주하는 소리가 어떻게 객석까지 생생하게 들릴 수 있는지 알아보았죠. 이 원리를 이용하여 연주자들의 소리를 더욱 좋게, 잘 들려주는 꿀팁도 얻었는데요, '마이크'와 '믹서'를 사용한 방법이었어요.
👉 지난 아티클 작고 소중한 내 소리를 부탁해~ (1) 읽으러 가기오늘은 사운드 시스템의 세 번째와 네 번째 단계, '앰프'와 스피커'에 관해 공부할 거예요.
그런데, 사실 공연장의 앰프와 스피커는 마이크나 믹서처럼 연주자 선에서 조절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에요. 그래서 오늘 내용은 교양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혹시 음향에 관심이 많다거나, 집에 홈 스튜디오를 구축하실 분이 있다면 유심히 읽으셔야 하고요! 😉
이번 아티클이 작고 소중한 내 소리를 부탁해~ 시리즈 중 어디 쯤 와있나 확인하고, 공부하러 가봅시다!
다음 그림을 보며, 지난 시간에 공부한 사운드 시스템 단계를 상기 해봅시다.
이 기본적인 시그널 플로우가 기억나셔야 합니다!
오늘 공부할 '앰프'는 믹서의 다음 단계에서 사용하는 장비예요. 믹서에서 출력되는 전기 시그널의 크기를 '라인레벨'이라고 하는데, 이 라인레벨을 아무리 높인다고 해도 온 공연장을 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요. 그래서 전기의 힘으로 볼륨을 키워 주는데, 이게 바로 앰프의 일이랍니다.
앰프를 실제로 보신 적이 있나요? "일렉 기타 연주자들이 들고 다니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하시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데요, 저도 아래 사진과 같이 생긴 것이 앰프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래 사진은 앰프와 스피커가 합쳐진 '파워드 스피커'에요.
앰프는 시그널을 키우기 위해 많은 전기(파워)가 필요해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앰프가 별도의 하드웨어에 담기지 않고 스피커나 믹서에 내장된 경우 '파워드 스피커', '파워드 믹서'라고 불러요. 근육이 불끈불끈 힘 센 스피커와 믹서의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고가의 좋은 앰프일수록 많은 파워를 낼 수 있는데, 특히 저음역대의 사운드를 잘 증폭하려면 더 많은 파워를 내는 비~싼 앰프가 필요하다고 해요. 별도의 하드웨어에 담긴 앰프는 아래의 사진과 같이 생겼습니다.
하나의 앰프에 너무 많은 스피커를 연결하거나 (두 개까지가 안전하다고 합니다) 볼륨을 너무 높이면 지지직하는 일그러진 소리가 납니다. 이를 '디스토션' Distortion이라고 해요. 디스토션은 믹서에 입력된 소리간의 볼륨 밸런스가 안 맞을 때, 앰프 내의 회로 설계나 품질이 낮을 때도 일어납니다. 디스토션이 심하면 의도하지 않는 소리의 왜곡이 일어나고 스피커에 무리를 줄 수도 있어요. 그래서 고출력의 소리가 필요할수록 고가의 앰프가 필요한 것이에요.
디스토션이 정확히 어떤 소리를 내냐고요? 메탈 음악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메탈은 디스토션의 찢어지는 음색을 음악적 톤으로 승화한 장르인데요, 이제는 메탈뿐 아니라, 디스토션을 활용한 톤 메이킹은 전자 음악의 필수가 되었죠. 김도헌 교수님의 유튜브 강의에서 디스토션 사운드를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어때요, 듣기 거슬리는 디스토션이 들리시나요? 저는 영상의 마지막 즈음에 이 소리에 적응이 되어서 음악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이렇게 메탈에 입덕 하나요? 하하
자, 이렇게 앰프에서 증폭된 아주 파워풀한 시그널을 '스피커 레벨'이라고 부릅니다. 비로소 스피커로 향해도 될 강도의 전기 시그널인 것이죠. 이제 그는 앰프에서 나와 스피커로 여정을 떠납니다.
스피커에 관해서는 이야기할 것이 조금 많아요. 다음의 목차대로 알아보겠습니다.
전기를 소리로 만든다. 과학 알못인 저에게는 마법 같은 이야기인데요, 스피커는 무슨 원리로 소리를 만들어 낼까요?
인간의 귀에는 고막이 있죠. '소리'라는 공기의 파동이 고막을 진동시키고 이것이 화학 신호와 전기 자극으로 변하여 뇌로 들어갑니다. 마이크는 귀의 시스템을 모방하여 만들어졌어요.
반면, 스피커는 이와 정반대의 작용을 합니다. 스피커에도 마치 '고막' 같은 얇은 막이 있는데요, 고막의 바로 안쪽에 코일이 하나 있고, 그 양쪽으로 자석이 있어요.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코일에도 자성이 생기게 되는데, 이 자성 때문에 양쪽 자석이 코일을 밀고 당깁니다. 그래서 코일이 진동하게 되죠. 앰프로부터 온 전기 시그널이 바로 코일에 흐른 전류이고, 이 때문에 코일이 진동하면, 코일과 붙어있는 스피커의 '고막' 부분이 함께 진동해요. 이렇게 스피커의 '고막'이 안팎으로 흔들리면서 주변 공기에 파동을 만드는 것이에요.
우리가 아는 스피커는 보통 네모난 상자 모양인데, 그건 스피커를 넣어 고정하고 보호하는 '스피커 박스'이고요, 스피커는 사실 원뿔 같이 생겼답니다. 원뿔 모양의 고막 뒤편에 코일과 자석이 붙은 모양새이지요.
스피커의 몸체가 작으면 고음을 내기에 좋고, 몸체가 크면 저음을 내기에 좋아요. 그래서 주파수 대역에 알맞은 크기의 스피커가 개발되었어요. 전자는 트위터 Tweete, 후자는 우퍼 Woofer라고 해요. 스피커 박스 안에 하나의 스피커가 들어가기도, 여러 개의 스피커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스피커 박스 안에 들어간 스피커를 유닛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스피커의 앞면의 동그라미들이 보이시나요? 작은 동그라미가 트위터, 큰 동그라미가 우퍼예요. 저음이 쿵쾅쿵쾅 울리는 음악을 틀었을 때는 우퍼가 진동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랍니다. 아래 동영상은 우퍼 중에서도 초저역대를 재생할 수 있는 엄청 큰 서브우퍼 재생 영상입니다.
앰프에서 전기 시그널을 파워 업!!! 한 이유가 왜인지 이제 알겠지요. 비실비실한 전기로는 트위터와 우퍼를 흔들지 못할 테니까요. 가라! 피카츄! 백만 볼트!
앞서, 앰프가 스피커에 내장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앰프의 내장 여부가 스피커를 분류하는 큰 기준이 됩니다. 앰프가 달린 스피커를 '파워드 스피커' 혹은 '액티브 스피커'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스피커를 '패시브 스피커'라고 해요.
패시브 스피커는 외부 앰프에 연결되어야만 소리가 나요. 정말 '수동적'이죠. 따로 전기코드를 꽂을 필요도 없습니다. 반면, 액티브 스피커는 내장된 앰프 덕분에 라인 레벨로 소리가 출력되는 믹서, PC, mp3 등에 연결하면 바로 소리가 납니다. 그 대신 내장 앰프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전기가 공급되어야 해요. 경우에 따라서는 EQ기능이 함께 들어있어서 간단하게 톤 보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공연장에 패시브 스피커가 설치된 모습
공연장에서는 주로 패시브 스피커를 써요. 별다른 조정 장치가 없고, 회로가 간단하며, 전원장치도 따로 없어서 관리하기 쉽거든요. 오작동이나 고장이 날 가능성도 낮아요. 패시브 스피커의 단점이라면 앰프를 따로 구비해야 하고, 이동성이 좋지 않다는 점인데, 공연장에서는 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겠죠?
'액티브 스피커'는 사실 종류가 엄청 많습니다. 외부 앰프 필요 없이 간편하다는 점에서 수요가 많은데, 그만큼 용도가 다양하기 때문이죠. 내장 스피커가 없는 전자제품을 위한 '무전원 스피커' (전원을 공급할 필요 없이 전자기기에 꽂기만 하면 동작하는데, 요즘엔 거의 단종되었어요),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건전지로 전기 공급을 할 수 있는 '무선 스피커', 심지어 전자기기와의 연결마저 무선으로 할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 혹은 '와이파이 스피커'가 있습니다. 마이크 혹은 악기와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스피커도 있으며, 소리가 좌우로 분리되어 스테레오 사운드를 재생할 수 있는 스피커도 있죠.
보통 '액티브 스피커'라고 함은 앰프가 내장된 여러 스피커 중에서도 스테레오로 재생 가능한 스피커를 일컬어요. 스피커 두 통이 한 조가 되어, 미세한 차이가 있는 좌, 우 소리 소스를 각각 재생하기 때문에, 두 스피커의 가운데서 소리를 들으면 입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듣는 소리처럼요. 겉모습은 패시브 스피커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렇지만 뒷면의 연결단자에서 차이가 많죠.
이미지 출처 : https://bit.ly/3ArhtXM
액티브 스피커가 처음 고안되었을 때는 저급한 앰프를 내장하는 경우가 많아 '액티브 스피커는 패시브 스피커보다 음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액티브 스피커가 많이 발전하여 음질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공연장에서 액티브 스피커를 쓰는 경우도 있어요. 스피커의 음질 차이는 내장 앰프의 유무보다는 스피커의 재료, 설계, 유닛 개수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스피커가 제 성능을 다하려면 설치법과 위치가 정말로 중요합니다. 우선 스탠드로 단단히 고정이 되어야 합니다. 무거운 스피커를 견디기 위해서 뿐만이 아닙니다. 스피커에서 일어난 공기 진동은 주변의 다른 사물들을 같이 진동시키는데요, 이 공진 때문에 소리가 먹먹해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스탠드는 스피커와 직접적으로 닿아있어 공진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크죠. 그래서 스탠드가 흔들리지 않도록 밑에 무거운 추를 달기도 합니다.
또한 스피커는 벽으로부터 일정 거리 떨어져야 합니다. 소리가 벽에 반사될 때, 기존의 소리에 증폭이나 상쇄를 일으켜 왜곡을 만듭니다. 그래서 벽으로부터 일정 거리 떨어뜨려 놓으라는 것이죠.
스피커의 설치 높이는 청자의 귀높이가 좋은데, 공연장에서는 보다 높게, 사선 위로 올립니다. 사람의 옷은 소리의 고음역대와 미드 음역대를 흡수하는데요, 스피커가 청중과 일직선상에 있다면, 뒷사람에게는 필터링된 소리만 전달되기 때문이에요. 조명을 비춘다고 생각해봅시다. 모든 청중에게 골고루 빛을 비추기 위해서는 높은 곳에서 아래를 향하는 것이 좋겠죠. 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연장에 청중이 아닌, 연주자들을 위한 스피커가 있는데, 이름이 뭘까요?
네, 모니터 스피커입니다.
연주하는 것을 '모니터링'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죠.
가로로 긴 모양새로 연주자 쪽을 향해 있습니다.
모니터 스피커는 왜 필요할까요? 무대 위 연주 상황은 연습실에서 사운드 시스템 없이 연습할 때와 판이합니다. 무대가 넓으니 다른 연주자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객석용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너무 커서 내가 옳은 음을 내고 있는지 조차 안 들릴 때도 있습니다. 이를 해결해주는 것이 모니터 스피커입니다. 연주자 방향으로 비교적 작은 스피커를 두어 연주 상황을 잘 캐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에요.
공연장 음향실에서는 모니터 스피커를 위한 별도의 믹싱 값을 지정해주기도 합니다. 밴드 연주 상황을 예로 들어볼게요. 객석을 향한 스피커에서는 마이크로 수음된 악기의 소리가 잘 밸런스 맞추어져 나갑니다. 그러나, 정작 무대 위에서는 드럼의 실제 사운드가 너무 커서 다른 악기들이 본인의 연주 소리를 잘 듣지 못합니다. 이때 감독님께 "보컬용 모니터 스피커에 드럼 레벨 낮춰주시고 보컬 레벨 올려주세요"라고 하면, 본인의 소리가 더 잘 들리게 됩니다.
스피커에 무리를 주는 상황에는 (1) 피드백 (2) 의도하지 않은 디스토션이 있습니다. 지난 아티클에서 설명했듯, 피드백은 스피커에서 출력된 소리가 다시 마이크에 들어가서 생긴다고 하였어요. 객석용 스피커보다는 아무래도 오늘 배운 '모니터 스피커'의 소리가 마이크로 빨려 들어오기 쉽겠지요? 피드백이 발생하면 "어, 스피커는 무대 밖에 있는데 왜 피드백이 나지?"라며 당황하지 마시고 모니터 스피커를 의심하세요. 그리고 마이크를 모니터 스피커 반대 방향으로 돌리시던지 그래도 안되면 마이크 코드를 빼시면 됩니다.
디스토션은 스피커에 무리를 준다고 하였습니다. 심하면 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가 터질 수도 있어요. (디스토션은 주로 높은 주파수를 냅니다) 의도하지 않은 강도 높은 디스토션이 나지 않도록 늘 신경 써야 합니다. 스피커나 앰프에 전원이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전선을 연결한다거나, 코드를 뽑는다면 '퍽'하고 순간으로 크게 찢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이것도 스피커에 매우 무리가 되는 행동입니다. 물론 공연장에서 이들을 우리가 만질 일은 없을 테고, 모든 것은 음향 감독님께 맡겨야겠지만요😉?
이제 사운드의 여정이 끝났습니다. 무사히 관객들에게 도달했다고 전해달라네요. 이제 다음으로는 이 모든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전선, '케이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케이블은 직접 다루게 될 일이 생기실 수 있으니 마지막까지 놓치지 말고 읽어주세요! 그럼 다음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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